▲윤종군 국회의원이 이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설명한 현황판.
[편집자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안성 방문에서는 평택(유천)상수원보호구역 규제와 초고압 송전망·LNG발전소, SK하이닉스 반도체 처리수 등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안성이 떠안고 있는 규제·환경·전력 부담이라는 공통된 문제가 다뤄졌다. 자치안성신문은 이번 방문의 배경과 의미를 종합적으로 짚고, 각 현장의 쟁점과 주민 요구, 정부 답변을 보다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종합기사와 현안별 3개 기사로 나눠 보도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28일 공도읍 중복리에서 윤종군 국회의원과 김보라 안성시장 등으로부터 평택(유천)상수원보호구역 현황과 변경·해제 추진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안성천을 살펴보고 있다.
규제받는 안성시도 변경·해제 신청하도록 ‘상수원관리규칙’ 절차 명문화
기존 상생협약 해제 노력과 별도로 직접 신청 추진…추경 반영·천안시 공동연구
내년 상반기 변경·해제 신청 목표…정부·경기도 조정 역할 관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28일 평택(유천)상수원보호구역 경계지역인 안성시 공도읍 중복리를 찾아 47년간 이어진 규제 피해와 상수원관리규칙 개정 이후의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중복리는 1979년 평택시 유천동 유천취수장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상수원보호구역과 맞닿아 있다. 취수장과 보호구역은 평택에 있지만 안성 공도지역을 비롯한 서남부지역은 오랫동안 공장 설립과 각종 개발행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날 중복리에서는 별도의 주민간담회는 열리지 않았다. 윤종군 국회의원이 규제지역 지도 등을 놓고 유천취수장과 상수원보호구역 현황, 안성지역 규제 피해와 제도개선 경과를 설명했고, 김보라 안성시장은 기존 상생협약에 따른 해제 노력과 이번 규칙 개정에 따라 별도로 추진할 공동연구 및 변경·해제 신청계획을 설명했다.
따라서 중복리 일정은 주민간담회라기보다 47년 규제 현장을 중앙정부 책임자가 직접 확인하고 시장과 국회의원으로부터 그동안의 해제 노력과 제도개선 이후 새롭게 마련된 절차를 설명받은 현장점검의 성격이 강했다.
47년 규제…안성이 피해받아도 직접 절차 시작하기 어려워
평택(유천)상수원보호구역 문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취수장으로 규제를 받는 안성시가 보호구역 변경·해제를 직접 요구할 절차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호구역 변경·해제에 관한 법적 근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종전에는 취수장을 운영하거나 보호구역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움직이지 않을 경우 규제를 받는 안성시가 독자적으로 변경·해제 절차를 시작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평택시 유천취수장으로 안성이 장기간 규제를 받으면서도 평택시가 변경·해제 절차에 나서지 않으면 안성시 스스로 문제 해결 절차를 시작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주민들은 1인 시위와 삭발, 집회와 관계기관 방문 등을 통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취수원을 위해 안성이 일방적으로 규제를 감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해제와 제도개선을 요구해 왔다.
자치안성신문도 규제로 인한 지역 피해뿐 아니라 상수원보호구역 변경·해제의 법적 근거와 행정절차, 규제를 받는 지자체가 스스로 조정을 요구하기 어려운 문제를 지속적으로 취재·보도해 왔다.
2021년 상생협약 따라 수질개선…기존 해제 노력 계속
안성시는 상수원관리규칙 개정 이전에도 평택(유천)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별도의 노력을 계속해 왔다.
특히 2021년 체결된 평택호 수질개선 상생협약에 따라 평택호 수질을 개선하고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여건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 왔다.
안성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평택호의 연평균 총유기탄소량(TOC)은 4.8㎎/L를 기록해 상생협약에서 설정한 목표치인 5.0㎎/L 이하를 달성했다.
또 유천정수장이 평택시 전체 수돗물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 수준으로, 향후 광역상수도 전환 등 대체 수원을 확보할 경우 유천취수장과 상수원보호구역의 필요성을 재검토할 여건도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 안성시의 판단이다.
즉 안성시는 상생협약에 따라 평택호 수질을 개선하고 취수·대체수원 여건 등을 충족시켜 평택시 등 관계기관과 보호구역 해제를 협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기존 방식은 평택시를 비롯한 관계기관과의 협의와 동의가 전제되는 구조여서 안성시가 독자적으로 변경·해제 절차를 시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규칙 개정으로 ‘안성시 직접 신청’ 별도 통로 마련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상수원관리규칙을 개정하면서 새로운 절차가 마련됐다.
취수장이나 보호구역을 관리하는 지자체뿐 아니라 해당 취수장으로 인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규제를 받고 있는 지자체도 보호구역 변경·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신청 주체와 절차를 명문화한 것이다.
이번 개정의 의미는 안성시에 존재하지 않던 해제 권한을 새로 만들어줬다기보다, 규제를 받으면서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웠던 변경·해제 요구를 안성시 스스로 공식적인 행정절차로 시작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분명히 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안성시는 2021년 평택호 수질개선 상생협약에 따른 기존 해제 노력은 그대로 이어가면서, 이번 상수원관리규칙 개정으로 마련된 직접 변경·해제 신청 절차를 별도로 병행 추진하게 된다.
두 절차가 서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다.
상생협약은 평택호 수질개선과 취수·대체수원 여건 개선 등을 통해 평택시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협의할 기반을 만들어가는 기존 과정이고, 이번 규칙 개정은 규제를 받는 안성시가 직접 정부에 보호구역 변경·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식 행정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추경에 용역비 반영…천안시와 공동연구 후 직접 신청
김 시장은 이번 규칙 개정으로 안성시가 직접 변경·해제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된 만큼 기존 상생협약에 따른 노력과 별도로 새로운 실행 로드맵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관련 공동연구 용역비를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해 유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함께 규제를 받고 있는 천안시와 공동연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안성시와 천안시는 유천 상수원보호구역 변경·해제의 타당성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안성시가 직접 변경·해제를 신청할 근거로 활용할 방침이다.
안성시는 상수원관리규칙 개정 당시에도 천안시와 공동 타당성 용역을 추진해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강유역환경청, 경기도 등 관계기관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시장은 현장에서 연구기간을 가능한 한 단축해 내년 상반기 초 변경·해제 신청에 나서고, 늦어도 내년 6월 이전까지 신청을 위한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안성시 계획대로라면 새롭게 추진되는 절차는 △추경에 공동연구 용역비 반영 △천안시와 변경·해제 타당성 공동연구 △과학적·객관적 근거 확보 △안성시의 직접 변경·해제 신청 △정부·경기도·평택시 등 관계기관 협의의 순서로 이어질 전망이다.
기존 상생협약을 통한 해제 노력과 규칙 개정에 따른 직접 신청 절차를 동시에 추진해 보호구역 조정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주민 장기 투쟁과 지역사회 문제 제기, 제도개선으로
이번 상수원관리규칙 개정은 오랜 기간 이어진 지역사회의 문제 제기와도 맞닿아 있다.
주민들은 평택 유천취수장으로 안성지역이 장기간 규제를 받는 것은 물론, 규제를 받는 당사자인 안성시가 직접 변경·해제 절차를 시작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 왔다.
1인 시위와 삭발, 집회, 관계기관 방문 등 주민들의 장기간 활동이 이어졌고 시민사회와 지역언론도 제도적 불합리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상수원관리규칙 개정으로 이어졌고, 규칙 개정 이후 이를 담당하는 중앙정부 장관이 직접 47년 규제 현장을 찾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규칙 개정에 그치지 않고 새 제도가 실제 적용될 현장을 정부 책임자가 직접 확인했다는 점은 이전과 다른 변화다.
규칙 개정·장관 방문이 곧 해제는 아냐
그러나 상생협약의 수질개선 목표 달성이나 상수원관리규칙 개정, 김 장관의 현장 방문 자체가 평택(유천)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안성시와 천안시의 공동연구를 통해 현재 취수와 수질 상태, 유천취수장의 필요성, 광역상수도 등 대체 수원 확보 가능성, 보호구역과 주변 규제 범위의 적정성, 안성·천안지역의 규제 피해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안성시가 직접 변경·해제를 신청한 이후에도 평택시와 경기도, 정부 등 관계기관의 협의와 판단 절차가 남아 있다.
평택시의 안정적인 용수 공급과 수질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47년 동안 이어진 안성지역의 규제 피해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인지가 정부와 경기도에 주어진 과제다.
이번 방문의 의미는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라는 결론을 확인한 데 있지 않다.
상생협약을 통해 수질개선 등 해제 여건을 마련해 온 기존 노력에 더해, 규제를 받는 안성시가 스스로 변경·해제를 신청할 수 있는 별도의 법적·행정적 통로가 마련됐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됐다는 데 있다.
주민과 지역사회가 오랫동안 제기해 온 47년 규제가 실제 조정으로 이어질지는 이제 상생협약에 따른 기존 해제 노력과 천안시 공동연구, 안성시의 직접 변경·해제 신청, 평택시를 비롯한 관계기관과의 협의, 정부와 경기도의 조정 역할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달렸다.
최용진 기자 news6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