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28일 고삼면사무소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내용을 메모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공도읍 중복리와 양성면 노곡리, 고삼저수지, 고삼면사무소를 잇달아 찾아 안성지역 주요 현안을 점검했다.
[편집자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안성 방문에서는 평택(유천)상수원보호구역 규제와 초고압 송전망·LNG발전소, SK하이닉스 반도체 처리수 등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안성이 떠안고 있는 규제·환경·전력 부담이라는 공통된 문제가 다뤄졌다. 자치안성신문은 이번 방문의 배경과 의미를 종합적으로 짚고, 각 현장의 쟁점과 주민 요구, 정부 답변을 보다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종합기사와 현안별 3개 기사로 나눠 보도한다.
기흥·평택·이천·탕정 처리수 흐름·피해 여부 조사해 SK하이닉스 대책 검토
고삼저수지서는 방류관로·허가기준·수온·수위 관리 집중 점검
주민들 PFAS·친환경농업·학교급식·판로·어업·저수지 안전까지 제기
직방류 철회·완전 우회 약속은 없어…기존 사례 조사와 장기 검증이 관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28일 고삼저수지와 고삼면사무소를 잇달아 찾아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처리수의 고삼저수지 상류 방류계획을 점검하고 주민들과 직접 대화했다.
고삼저수지에서는 방류관로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검토된 대안, 수질기준과 통합환경허가, 중간 저류지, 수온·수위 관리 등 기술·행정적 대책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어 고삼면사무소에서는 PFAS 등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물질에 대한 우려를 비롯해 친환경농업, 학교급식과 농산물 판로, 어업과 수생태계, 저수지 안전 문제까지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쏟아졌다.
같은 처리수 문제를 놓고 저수지 현장에서는 관리장치를 통한 기술적 대응 가능성이 주로 논의된 반면, 면사무소에서는 농업용수계로 처리수를 보내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민들의 불신과 피해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날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김 장관이 국가가 반도체산업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문제는 고민해 왔지만, 사용한 물이 어디로 흘러가고 하류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밝힌 것이다.
김 장관은 기흥·평택·이천·탕정 등 기존 반도체공장의 처리수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주변지역에 실제 피해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추가 대책이 필요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삼저수지서 방류관로·우회대안부터 현장점검
김성환 장관과 김보라 안성시장, 윤종군 국회의원 등은 고삼면사무소 주민간담회에 앞서 고삼저수지를 찾았다.
이상범 안성시 담당 과장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처리수의 방류관로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검토된 방류 대안, 중간 저류지와 수질관리계획 등을 장관에게 설명했다.
김 시장과 윤 의원도 고삼저수지 물을 이용하는 농업지역의 상황과 주민들의 우려, 그동안 제기돼 온 방류대책을 설명했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는 고삼저수지 상류에서 짧은 관로를 통해 저수지 하류 쪽으로 우회시키는 방안과 현재의 방류계획 등이 검토됐다.
주민들은 고삼저수지뿐 아니라 안성천 농업용수계를 완전히 피할 수 있도록 평택호나 그 이후까지 관로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김 시장은 짧은 우회관로의 경우 집중호우 때 수위조절과 사고 대응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안성시는 현재 방류계획을 전제로 하더라도 처리수가 내려오기 전 고삼저수지와 하류지역의 수질과 토양 상태를 먼저 조사해 기준상태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리수 방류 이후에도 정기적인 수질·토양 검사를 통해 현재보다 환경이 나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물에 포함된 물질이 농경지와 토양에 장기간 축적될 가능성을 고려해 단순한 방류수 수질검사에 그치지 않고 토양과 농업환경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요구가 전달됐다.
환경영향평가 협의기준과 실제 허가기준 차이 쟁점
현장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당시 협의한 처리수 수질기준과 이후 통합환경허가 과정에서 실제 적용되는 배출허가기준 사이의 차이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안성시 관계자는 고삼저수지가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점을 고려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강화된 협의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실제 통합환경허가 과정에서도 같은 수준의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성시는 이날 이 같은 입장을 담은 공문을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환경영향평가에서 협의한 기준과 실제 허가기준에 차이가 크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협의한 기준을 실제 허가 과정에서 달리 적용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협의된 기준이 실제 허가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관, TMS·센서와 폐열 회수·수온 조절 주문
김 장관은 처리수 방류구와 중간 저류지 등에 센서와 수질원격감시장치(TMS)를 설치해 수질뿐 아니라 수온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수를 그대로 흘려보내기보다 폐열을 최대한 회수해 공장 내부에서 재이용하고, 중간 저류지에서 처리수의 수온을 한천의 평상시 수온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춘 뒤 방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 장관은 센서와 저류지 등 관리장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전제에서 처리수가 기존 농업용수보다 수질 측면에서 더 깨끗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처리수가 일반적인 수질항목에서 깨끗하게 나타나는 것과 그 물을 장기간 농업용수로 사용했을 때 토양·농산물·수생태계에 문제가 없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주민들의 우려는 남았다.
하루 수십만 톤 방류와 집중호우…수위관리도 논의
하루 수십만 톤의 처리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집중호우까지 겹칠 경우 고삼저수지 수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현장에서 논의됐다.
김 시장은 한국농어촌공사의 저수지 수위조절 능력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전달하며 기상예보와 예상 강우량을 반영해 사전에 수위를 조절하는 운영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도 처리수의 상시 유입과 집중호우가 겹치는 상황까지 고려해 저수지 운영과 안전 문제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의견을 전달했다.
이날 고삼저수지 현장은 처리수 방류 철회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현재 계획을 전제로 수질기준과 수온, 저류지, 방류감시체계, 수위관리 등 안전장치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 자리였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적·관리적 대책만으로 농업용수계로 처리수를 보내는 데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차량 막아선 주민들…장관 내려서 면사무소까지 걸어가
고삼저수지 현장점검을 마치고 고삼면사무소로 이동하려는 과정에서는 처리수 방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장관 일행의 차량을 막아섰다.
김 장관은 차량에서 내려 자신이 장관이라고 소개한 뒤 면사무소에서 직접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도열해 있는 주민들에게 말하며 걸어서 이동했다.
일부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처음에는 김 장관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장관이라는 말을 믿지 못하기도 했다. 이동 과정에서도 주민들은 고삼저수지 직방류에 대한 반대 의견을 김 장관에게 직접 전달했다.
저수지에서 기술적 관리대책을 점검했던 장관이 주민들과 함께 면사무소로 걸어가면서 현장점검은 주민들과의 직접 대화로 이어졌다.
고삼면사무소 간담회는 이경섭 안성시 행정과장이 진행했다. 노한영 고삼면이장단협의회장과 이정상 고삼면지역발전협의회장, 윤홍선 고삼농협 조합장, 이관호 안성농민회장, 유성재 고삼어업계 회장 등 주민·농민·어업계 관계자들이 각각의 문제를 제기했다.
노한영 “PFAS·친환경농업·학교급식 영향 방류 전에 검증해야”
노한영 고삼면이장단협의회장은 2024년 안성지역 친환경 인증농가가 339호, 인증면적은 394㏊로 경기도 친환경 인증면적 5,335㏊의 약 7.4%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PFAS 등이 처리수에 남아 지속적으로 유입될 경우 농업용수와 토양, 농산물에 축적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실제 수질 문제뿐 아니라 친환경 인증에 대한 신뢰와 학교급식, 소비자 인식, 농산물 판로와 가격에 미칠 영향까지 방류 전에 분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농업용수·토양·농산물·친환경 인증·판로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고 그 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고삼저수지 직방류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상 고삼면지역발전협의회장은 고삼저수지 물이 고삼뿐 아니라 양성·대덕·공도지역 농업에도 사용된다며 처리수 유입에 따른 수생태계와 농업 피해 가능성을 제기했다.
윤홍선 고삼농협 조합장은 친환경 학교급식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실제 오염 여부와 별개로 ‘반도체 처리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소비자 신뢰와 판로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해가 발생한 뒤 농민과 농협이 처리수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방류 전에 정부와 사업자가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관호 안성농민회장은 처리수가 그렇게 안전하고 깨끗하다면 용인에서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다시 사용하면 될 일이라며, 용인과 기업은 반도체산업의 혜택을 얻고 안성 농민이 처리 부담과 위험을 떠안는 구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환경영향조사 모니터링위원으로 간담회에 참여한 이대희 안성시 LNG발전소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별도의 물 재이용시설을 설치해 처리수를 농업용수계로 보내기보다 공업용수로 다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다.
어업계 보상 놓고 안성시·어업계 인식 차이
어업계 보상의 성격을 놓고는 김보라 시장과 유성재 고삼어업계 회장 사이에 인식 차이도 드러났다.
이관호 회장이 처리수가 안전하다면서 왜 어업계에는 보상하고 어업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느냐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자 김 시장은 SK하이닉스 처리수 때문에 고삼저수지에서 낚시업을 할 수 없게 돼 보상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고삼호수 관광개발사업 구간을 제외한 곳에서는 낚시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뜻을 어업계에 전달했지만, 어업계가 낚시업을 계속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계약기간이 남은 사람 가운데 보상을 원하는 경우 관광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성재 회장은 관광개발 구역 밖에서 낚시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삼저수지는 유입된 물질이 축적되는 곳인 데다 처리수 유입에 따른 수온과 수생태계 변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어 앞으로 낚시업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상의 행정적 근거는 고삼호수 관광개발사업이지만 처리수 방류계획이 어업계의 낚시업 중단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놓고 안성시와 어업계의 인식에는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간담회에서는 수질과 농업·어업 피해 우려와는 다른 관점에서 고삼저수지 자체의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대덕면 주민 이성범 씨는 고삼저수지의 저수용량과 하루 처리수 유입량을 단순 비교하면 약 52일이면 저수용량에 해당하는 물이 유입된다며, 1963년 준공된 저수지에 대규모 처리수가 상시 유입되는 상황까지 고려해 수위관리와 제방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저수지는 물이 유입되는 동시에 하류로 방류하기 때문에 이 같은 단순 비교가 곧 범람이나 제방 위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 주민들의 수질·농업 피해 문제와는 다른 관점에서 처리수의 상시 유입에 따른 저수지 운영과 시설 안전 문제를 추가로 제기한 것이다.
윤 의원도 간담회 말미에 이 같은 주민 우려를 다시 언급하며 고삼저수지의 안전등급과 관리상태를 정부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장관은 고삼저수지가 한국농어촌공사 소관이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안전등급을 확인하고, 우려되는 문제가 있다면 보강 필요성까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장관 “기존 반도체공장 처리수 어디로 가고 피해 있었는지 조사”
주민들의 발언을 들은 김 장관은 국가가 반도체산업단지에 필요한 물을 어떻게 공급할지는 주로 고민해 왔지만, 사용한 물이 어디로 흘러가고 하류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와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장관은 김 시장과 윤 의원이 제기한 ‘용인은 돈을 버는데 안성은 사용한 물의 처리 부담을 떠안는다’는 문제 제기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현장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흥·평택·이천·탕정 등 기존 반도체공장의 처리수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주변지역에서 실제 피해가 있었는지, 어떤 수질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뒤 추가 대책이 필요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처리수가 유입되기 전 현재의 수질과 토양 상태를 먼저 조사하고, 방류 이후에도 처리수로 인해 환경이 지금보다 나빠지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SK하이닉스 처리수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존 사례 조사 결과와 앞으로 마련할 대책을 상생협의체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함께 논의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저수지 현장에서 센서와 TMS, 저류지, 폐열 회수, 수온조절 등 기술적 관리방안을 주로 점검했던 데서 나아가 주민간담회에서는 기존 반도체공장의 실제 방류 사례와 하류지역의 영향까지 조사해 보겠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주민들이 ‘법적 방류기준을 충족한다’는 설명만으로는 농업과 환경에 대한 장기적인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해 온 데 대해 중앙정부 책임자가 실제 사례와 영향을 확인해 추가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김 장관이 주민들이 요구하는 고삼저수지 상류 직방류계획 철회나 농업용수계를 완전히 피해 평택호 또는 그 이후까지 관로를 설치하는 방안을 약속한 것은 아니다.
결국 이번 방문에서 정부가 제시한 방향은 현재 방류계획을 전제로 한 관리·감시체계 강화와 방류 전 기준상태 조사, 기존 반도체공장 방류 사례 조사에 무게가 실렸다.
반면 상당수 주민들은 농업용수계로 처리수를 흘려보내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기존 반도체 사업장의 조사 대상과 방법, 수질·토양 기준상태 조사, 주민 참여와 결과 공개, 조사 결과를 SK하이닉스 처리수 방류계획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이번 장관 방문의 실질적인 성과를 판단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최용진 기자 news6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