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성시 부동산 개발사업 인허가를 둘러싸고 고위공무원이 연루된 30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 사건이 터져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은 안성시청을 압수수색한 지 약 4개월 만에 5개 개발사업과 관련해 안성시 4급 공무원 등 개인 9명과 법인 1곳을 기소하고, 이 가운데 5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개발이익과 공적 권한을 사유화한 지역 토착비리’로 규정했다. 검찰 공소사실대로라면 고위공무원이 2021년부터 2026년까지 5개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장기간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30억 원이라는 액수도 충격적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비리 혐의가 약 5년에 걸쳐 이어졌다는 점이다.
안성시는 이번 사건을 한 고위공무원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안성에서는 시대에 따라 개발 유형은 달라졌지만, 인허가를 둘러싼 비리와 특혜 논란이 반복돼 왔다. 1990년대 축사가 급증할 당시에는 대형 영농법인 부도와 특혜 의혹 등이 지역사회를 흔들었고, 2000년대 골프장이 급증할 때에는 인허가를 둘러싼 뇌물사건 등에 공무원과 정치인이 연루되기도 했다. 2010년 이후에는 물류시설이 크게 늘었고 최근에는 산업단지 개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에는 물류시설과 산업단지 등 개발사업을 둘러싼 30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 사건이 터졌다.
개발의 종류만 바뀌었을 뿐 인허가를 둘러싼 비리 문제가 반복됐다면 이제는 일부 공무원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행정시스템 자체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안성시는 그동안 공직자 청렴을 강조하며 교육과 행사, 캠페인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그 많은 청렴행사가 무슨 소용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렴은 구호와 결의대회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이 부당하게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게 만들고, 비리 징후가 나타나면 내부에서 찾아내 차단하는 것이 청렴행정이다.
검찰 공소사실대로 약 5년에 걸친 비리 혐의를 내부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면 ‘눈 뜬 장님’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동안 감사와 감찰은 무엇을 했는가. 상급자의 관리·감독과 결재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는가. 내부 통제시스템이 있었다면 왜 걸러내지 못했는지 안성시는 시민 앞에 답해야 한다.
개발 인허가 권한은 시장이나 공무원 개인의 것이 아니다. 안성시민이 시민의 삶과 안성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제대로 행사하라고 위임한 공적 권한이다. 이 권한이 특정 사업자의 개발이익과 공무원의 사익을 위해 이용됐다면 단순한 금품수수를 넘어 시민이 맡긴 공적 권한을 사유화한 것이다. 그 피해 역시 뇌물 액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발행정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시민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따라서 안성시는 이번 사건을 해당 공무원의 형사재판에 맡겨놓고 끝내서는 안 된다. 사법적 책임은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이런 비리 혐의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었던 행정적 원인을 밝히고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것은 안성시의 책임이다.
개발 인허가 과정에서 특정 공무원이나 부서에 권한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사업자와 공무원의 협의와 의사결정 과정도 사후에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가 터진 뒤 움직이는 감사·감찰 역시 비리 징후를 사전에 찾아내 차단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과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시장이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에도 청렴교육 강화나 결의대회 같은 익숙한 대책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청렴행사’가 아니라 비리를 저지르기 어렵고, 시도하더라도 내부에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행정시스템이다.
안성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규제와 부족한 기반시설만이 아니다. 공적 권한을 사유화하는 토착비리와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행정 역시 안성발전을 가로막는다.
안성발전을 말하려면 토착비리부터 척결하라. 이번에도 한 공무원의 일탈로 치부하고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다음 비리는 시간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