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검찰의 안성시청 압수수색으로 수사가 수면 위로 드러난 지 약 4개월 만에 ‘개발사업 5건·뇌물 29억9,284만원’에 이르는 공소사실의 윤곽이 공개됐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문정신)는 안성지역 부동산 개발사업을 둘러싼 뇌물 사건을 수사해 안성시 전 도시경제국장이었 4급 공무원 A씨 등 개인 9명과 법인 1곳을 기소했다고 8월 31일 밝혔다.
검찰은 보도자료 제목을 ‘개발 이익과 공적 권한을 사유화한 지역 토착비리 엄단’으로 정하고, 이번 사건을 개발이익과 공적 권한이 결합한 ‘지역 토착비리’로 규정했다.
검찰은 지난 6월 29일 A씨와 민간인 B씨를 J씨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한 데 이어 8월 31일 A·B씨의 추가 혐의를 기소했다. 이날 부동산 개발업자 C·D·E씨도 구속기소하고 F·G·H·I씨와 갑(甲)사는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약 5년 동안 안성지역 개발사업 5건과 관련해 B씨와 공동으로 또는 직접 받은 뇌물이 모두 29억9,284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검찰이 보도자료에서 밝힌 ‘약 30억원’의 구체적인 합계다.
압수수색 40여 일 만에 A·B 구속…수사 전방위 확대
이번 수사는 지난 1월 대검찰청이 A씨와 개발업자 J씨 사이의 뇌물수수·공여 의혹에 관한 수사첩보를 평택지청에 이첩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갑사 계좌와 관련 거래내역을 추적한 뒤 4월 29일부터 A·B·J씨의 주거지와 갑사 사무실, 안성시청 등 사무실 7곳과 주거지 5곳을 압수수색했다. 안성시청 도시경제국장실과 도시정책과·첨단산업과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계기로 검찰 수사가 외부에 알려졌다.
최초 압수수색 이후 약 40여 일 만인 6월 12일 A·B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검찰은 6월 29일 두 사람을 J씨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 5월 사망한 J씨는 공소권 없음 처분됐다.
수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7월 2일부터 C·D씨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고, 8월 5일부터는 E·F씨로 수사 범위를 넓혔다.
7월 2일 추가 압수수색 이후 약 50일 만인 8월 19일 C·D·E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은 8월 31일 이들 3명을 구속기소하고 A·B씨의 추가 혐의와 F·G·H·I씨, 갑사를 기소했다.
A씨와 J씨 사이의 뇌물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가 최초 압수수색 이후 약 4개월 만에 개발사업 5건, 뇌물 약 30억원, 개인 9명과 법인 1곳이 기소된 사건으로 확대된 것이다.
보도자료 죄명표, 8월 31일 현재 적용 죄명 종합
검찰 보도자료의 ‘피고인 및 죄명’ 표는 6월 29일 기소분과 8월 31일 추가 기소분을 죄명별로 나눠 표시하지 않고, 8월 31일 현재 각 피고인에게 적용된 전체 죄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A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뇌물수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이다.
B씨에게는 특가법상 뇌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특가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업무상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민간인인 B씨가 A씨의 뇌물수수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고 보고 뇌물수수 공동정범으로 기소했다.
C씨와 F씨에게는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D씨에게는 뇌물공여, 특경법상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E씨에게는 뇌물공여, 특가법상 알선수재, 특경법상 횡령,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전직 안성시 산업경제국장 G씨는 뇌물공여와 특가법상 알선수재, H씨는 증거은닉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A씨의 처남 I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업무상횡령과 조세범처벌법 위반이다. 갑사는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수취에 따른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 검찰이 공개한 피고인과 적용 죄명. 자료=수원지검 평택지청
※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로, 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 검찰이 공개한 뇌물·알선수재 혐의와 허위 용역거래 구조. 자료=수원지검 평택지청
※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로, 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공동수수 27억8,300만원·A씨 직접수수 2억984만원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을 금액별로 나누면 A·B씨의 공동수수 혐의액은 27억8,300만원이다.
검찰은 두 사람이 공모해 ▲2021년 6월 F씨에게서 1억원 ▲2021년 9월부터 2024년 9월까지 D씨에게서 11억원 ▲2023년 7월부터 2026년 1월까지 C씨에게서 13억7,300만원 ▲2021년 12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J씨에게서 2억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A씨가 별도로 직접 받은 것으로 지목된 금액은 ▲2023년 1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C씨에게서 받은 184만원 ▲2024년 3월 G씨에게서 받은 300만원 ▲2026년 4월부터 5월까지 E씨에게서 받은 2억500만원 등 모두 2억984만원이다.
공동수수 혐의액 27억8,300만원과 A씨의 직접수수 혐의액 2억984만원을 합하면 29억9,284만원이다.
C씨의 전체 뇌물공여 혐의액은 A·B씨에게 건넨 13억7,300만원과 A씨에게 직접 제공한 184만원을 합친 13억7,484만원이다.
J씨는 2억1,000만원의 뇌물공여와 특경법상 횡령·업무상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사망해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 보도자료에는 J씨의 횡령 혐의와 관련한 금액과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공개되지 않았다.
5개 개발사업 명칭은 비공개…검찰 자료와 본지 취재 대조
검찰은 보도자료에서 ‘안성시에서 추진된 5건의 개발사업’이라고 밝혔지만 각 사업의 명칭은 공개하지 않았다.
자치안성신문은 지난 6월 13일과 7월 5일 보개면 가율2일반산업단지와 죽산면 당목지구 물류단지 관련 수사와 A·B씨 구속기소 사실을 보도했다. 이어 8월 27일에는 수사가 북안성스마트밸리 일반산업단지, 남안성 물류창고, 삼죽 에코퓨전파크 일반산업단지로 확대된 사실을 보도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와 그동안 취재를 통해 파악된 인물·사업 관계를 대조하면 C씨는 북안성스마트밸리 일반산업단지, D씨는 남안성 물류창고, E씨는 삼죽 에코퓨전파크 일반산업단지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다. J씨는 보개면 가율2일반산업단지와 죽산면 당목지구 물류단지에 관련된 인물로 취재됐다.
다만 이 같은 사업 관계는 검찰이 공식 발표한 내용이 아니라 검찰의 공소사실과 본지의 기존 취재 내용을 대조한 결과다. J씨와 관련된 뇌물공여 혐의액 2억1,000만원이 가율2일반산업단지와 당목지구 물류단지에 각각 얼마씩 관련되는지, F씨의 1억원과 G씨의 300만원이 어느 사업과 직접 연결되는지는 공개된 자료와 현재까지의 본지 취재만으로 특정하기 어렵다.
허위 세금계산서 30억원, 뇌물에 더하면 안 돼
검찰은 A씨와 B씨가 공동 설립하고 B씨가 운영한 갑사를 뇌물 은닉 통로로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두 사람이 개발업자들과 실제 거래가 없는 용역계약을 맺고 갑사 명의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해 뇌물을 정상적인 용역대금처럼 꾸몄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B씨와 갑사에 적용된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수취 금액은 모두 30억원이다. 그러나 이는 뇌물 29억9,284만원과 별도로 받은 또 다른 뇌물 30억원을 뜻하지 않는다. 뇌물 등을 정상적인 용역거래로 가장하는 데 사용된 세금계산서 금액이다. 따라서 이를 뇌물 29억9,284만원과 합산해 ‘60억원대 뇌물 사건’으로 볼 수는 없다.
검찰은 D씨에게서 받은 11억원과 C씨에게서 받은 13억7,300만원, J씨에게서 받은 2억1,000만원을 은닉하는 과정에서 갑사 명의의 허위 용역계약과 허위 세금계산서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E씨가 A씨에게 제공한 2억500만원과 관련해서는 A씨 배우자 명의 계좌로 돈을 받은 정황이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검찰은 갑사로 들어온 돈이 A씨의 고급 외제차 대여료로 사용되거나 A씨 가족회사로 다시 이체됐으며, 기업 간 정상 거래로 가장해 다른 법인계좌를 거치는 방식으로 자금 흐름을 감췄다고 설명했다.
뇌물 사건에 배임·횡령·알선수재 등 별도 혐의도
뇌물수수·공여 외에도 법인자금의 지출·유용과 관련한 배임·횡령, 알선수재 등의 공소사실이 포함됐다.
B씨에게 적용된 전체 죄명 가운데 업무상배임 혐의는 2021년 7월부터 2026년 4월까지 갑사 자금 2억6,700만원을 유용했다는 공소사실과 관련돼 있다.
D씨에게는 법인자금 11억원을 A·B씨에게 뇌물로 제공한 행위에 뇌물공여와 특경법상 배임 혐의가 함께 적용됐다.
검찰은 또 D씨가 뇌물로 지급한 11억원 가운데 ‘수고비’ 명목으로 돌려받은 4,400만원을 용역대금처럼 꾸미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했다고 보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따라서 D씨의 배임 혐의액 11억원은 A·B씨에게 건넸다는 뇌물 11억원과 같은 자금으로, 서로 다른 금액으로 합산해서는 안 된다.
E씨에게는 A씨에게 2억500만원을 건넨 혐의와 함께 F씨에게서 공무원 직무 관련 알선 명목으로 5억6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그 과정에서 법인자금 15억원을 횡령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공소사실도 제시했다.
I씨는 2024년 5월부터 2026년 4월까지 법인자금 2,100만원을 횡령하고 갑사와의 거래와 관련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E씨가 알선 명목으로 받았다는 5억600만원, E씨의 횡령 혐의액 15억원, B씨의 업무상배임 혐의액 2억6,700만원, I씨의 횡령 혐의액 2,100만원은 뇌물수수액 29억9,284만원과 범죄 유형이 다른 공소사실이다.
다만 법인자금이 뇌물로 제공되거나 허위 거래를 거쳐 은닉되는 과정에서 일부 자금 흐름이 겹칠 수 있어 각 금액을 기계적으로 모두 더해 ‘전체 사건 금액’으로 제시해서는 안 된다.
휴대전화 교체·허위 차용문서·진술 모의
검찰은 관련자들이 A씨 등에 대한 압수수색 사실을 알게 된 뒤 휴대전화를 일제히 교체하거나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사후에 허위 차용문서를 만들고 검찰 수사에 대비해 허위 진술을 맞춘 정황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H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지인의 집에 숨기고 A씨의 부탁을 받아 여행용 가방을 숨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녹음파일 약 4만3,000개를 대검찰청의 인공지능 녹음파일 변환시스템으로 이틀 만에 분석했다. 이를 통해 금품 요구·수수와 휴대전화 폐기 등 증거인멸 지시 정황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뇌물의 자금원과 전달 경로, 법인자금 사용과 범죄수익 은닉 과정은 별도의 계좌추적과 회계분석을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개발이익과 공적 권한 결합한 구조적 토착비리”
검찰은 이번 사건을 개발 호재가 집중된 지역에서 공적 권한과 민간 개발이익이 결합한 구조적 토착비리로 규정했다.
코로나19 이후 물류창고 개발 수요가 급증한 시기에는 물류창고 개발업자에게서,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등으로 산업단지 개발 수요가 커진 시기에는 산업단지 개발업자에게서 거액의 뇌물이 오갔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개발업자들이 ‘부정한 행정상 이익’을 얻기 위해 장기간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뇌물을 받은 공직자뿐 아니라 이를 제공한 민간사업자까지 구속기소함으로써 공직자와 민간업자 사이에 형성된 부패의 연결고리를 양쪽에서 규명했다는 의미도 부여했다.
보도자료 마지막 ‘향후 계획’에서 검찰은 직접수사와 인공지능·금융·회계 분석 등을 활용해 개발이익과 공적 권한을 사유화한 구조적 부패를 규명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부패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고 공정한 개발질서와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앞으로도 공직사회의 청렴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공직 부패와 지역 토착비리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검찰의 수사 결과와 평가다. 각 피고인의 혐의와 검찰이 규정한 ‘구조적 토착비리’의 실체는 향후 재판에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수사 결과 따라 엄정 대응” 밝힌 안성시…후속 대처 주목
자치안성신문은 지난 4월 29일 검찰이 안성시청 도시경제국장실과 도시정책과·첨단산업과 등을 압수수색한 사실과 이에 대한 안성시의 공식 입장을 잇달아 보도했다.
당시 안성시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고 필요한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정 전반에 대한 내부 점검과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고 개발 인허가를 포함한 모든 행정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첫 압수수색 당시에는 구체적인 수사 대상과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약 4개월 만에 검찰은 안성시 고위공무원과 민간인·개발업자 등이 개발사업 5건과 관련해 29억9,284만원의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공소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수사 결과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안성시가 어떤 후속 대처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지난 4월 밝힌 ‘수사 결과에 따른 엄정 대응’과 ‘내부 점검·관리·감독 강화’를 어떻게 이행해 왔는지, 이번 기소 결과를 토대로 추가적인 점검이나 제도 개선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다만 검찰 보도자료에는 5개 사업에서 어떤 인허가·심의·협의 등 행정행위가 뇌물의 구체적인 대가로 지목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기소 사실만으로 해당 개발사업의 인허가 자체가 위법하거나 무효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A씨와 B씨는 지난 8월 14일 열린 기존 사건 첫 공판에서 종전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번 추가 기소 혐의에 대한 A·B씨와 다른 피고인들의 구체적인 입장은 검찰 보도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검찰이 공개한 내용은 공소사실로 법원의 확정판결 전까지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 향후 재판 결과와 함께 안성시가 지난 4월 밝힌 ‘엄정 대응’과 ‘내부 점검·관리·감독 강화’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최용진 기자 news6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