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920쪽. 저수지 ‘농업용수 수질’ 우려를 명확히 하고 있다.
삼성 “이동저수지 농업용수 수질영향 고려” …창리저수지 말단 화곡천으로 방류 계획
SK 본안 713쪽, 7.5㎞ 관로 바이패스 ‘선정’ … “고삼저수지 환경영향 원천 해소” 명시
고삼저수지 유입 대안에는 “친환경농업·내수면어업권 피해 등 예상” … 그런데 현재는 직방류 현실화
용인 농업용 저수지는 피해 가면서 안성 농업용수에는 반도체 처리수 … “이것이 공정한가”
용인에 들어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산업단지의 오·폐수 처리수 방류계획이 농업용 저수지를 놓고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사실이 본지(자치안성신문)의 환경영향평가 원문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들어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는 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 경기도 최대 규모 농업용 저수지인 이동저수지의 ‘농업용수 수질영향’을 직접 고려해 처리수가 이동저수지로 유입되지 않는 방류계획을 세웠다.
그뿐만 아니다.
최종 처리수 방류지점을 이동저수지보다 하류인 창리저수지 말단부에 위치한 화곡천으로 정했다. 평가서에 제시된 방류계통대로라면 처리수는 이동저수지는 물론 창리저수지도 거치지 않고 화곡천-완장천-진위천으로 흐르게 된다.
반면 같은 용인에 조성 중인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처리수는 행정구역을 넘어 안성의 대표적인 농업용수원인 고삼저수지로 향하고 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SK하이닉스도 당초 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는 고삼저수지로 처리수가 유입되는 방안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본지가 SK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환경영향평가 본안 원문을 다시 확인한 결과 평가서 713쪽 ‘공공폐수처리시설 처리계획 선정’에서는 한천 상류로 방류하는 대안1과 고삼저수지 하류로 처리수를 우회시키는 대안2를 비교했고, 약 7.5㎞의 관로를 설치해 고삼저수지 하류로 보내는 대안2에 ‘선정’ 표시를 했다.
평가서는 대안2의 고삼저수지 영향을 “고삼저수지 하류부로 BYPASS하여 고삼저수지 환경영향 원천 해소”라고 명시했다.
반대로 고삼저수지로 처리수가 유입되는 대안1에 대해서는 “방류수질 및 방류수온으로 인한 영향 예상”과 함께 “친환경농업 및 내수면어업권 피해 등 예상”이라고 평가했다.
단순히 바이패스를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한 수준이 아니었다. 두 방안을 비교해 고삼저수지 하류 바이패스를 실제 ‘선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당시 ‘환경영향 원천 해소’의 대상으로 봤던 고삼저수지로 처리수가 유입되는 방류계통이 현실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모두 용인에 있다.
그런데 용인에 있는 경기도 최대 규모 이동저수지는 물론 작은 창리저수지까지 처리수를 피해 가도록 계획하면서, 용인에서 발생하는 SK 처리수는 행정구역 밖 안성 농민들이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고삼저수지로 향하고 있다.
용인의 농업용수는 보호해야 하고 안성의 농업용수는 반도체 처리수를 받아도 되는 것인가.
더구나 SK 스스로도 당초 환경영향평가에서 고삼저수지를 피해 가는 방안을 선정했다.
두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나란히 놓고 보면 피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삼성전자 산업단지 평가서 “이동저수지 농업용수 수질영향 고려”
삼성전자의 오·폐수 방류계획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 초안 920쪽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평가서는 “최종 처리수에 대해서는 사업지구 하류부 이동저수지의 농업용수 수질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창리저수지 말단부 위치한 화곡천으로 방류[화곡천(소)-완장천(지방)-진위천(지방)] 하는 것으로 계획함”이라고 밝혔다.
이 문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농업용수 수질영향’이라는 표현이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처리수가 법정 방류수질 기준을 충족하는지만 본 것이 아니라 농업용 저수지에 미칠 수질영향 자체를 방류지점 결정의 고려사항으로 명시했다.
특히 이동저수지는 일반적인 소규모 농업용 저수지가 아니다. 용인에서 가장 큰 저수지이자 경기도 최대 규모의 농업용 저수지다.
삼성 측은 이동저수지의 농업용수 수질영향을 고려해 처리수가 저수지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최종 방류지점을 더 하류인 창리저수지 말단부 화곡천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평가서에 제시된 계획대로라면 처리수는 이동저수지와 창리저수지를 거치지 않고 화곡천-완장천-진위천으로 흐르게 된다.
다만 삼성 국가산단은 현재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초안에 제시된 방류계획을 최종 확정된 계획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초안 단계에서부터 ‘이동저수지의 농업용수 수질영향’을 방류계획 수립의 명시적 고려사항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평가서 원문에서 확인된다.
하루 64만5,234㎥ 오·폐수 발생 예상 … 그래도 농업용 저수지는 피하는 계획
삼성전자 국가산단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폐수량도 적지 않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따르면 하루 총 오·폐수 발생량은 64만5,234㎥이며, 이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용지에서 발생하는 폐수만 하루 59만8,000㎥로 제시됐다.
반도체 공정폐수는 자체 폐수처리시설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오·폐수는 산업단지 공공폐수처리시설에서 처리하도록 계획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처럼 대규모 오·폐수 발생을 예상하면서도 농업용 저수지의 수질영향을 별도로 고려해 최종 방류지점을 정했다는 점이다.
처리시설에서 수질기준에 맞게 처리하는 것과 농업용 저수지에 처리수를 유입시키는 문제를 별도로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SK 본안 713쪽 … 고삼저수지 하류 7.5㎞ 바이패스 ‘선정’
SK하이닉스의 경우에는 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 고삼저수지를 둘러싼 판단이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본지가 확인한 평가서 본안 713쪽에는 ‘표 7.3.1-96 공공폐수처리시설 처리계획 선정’이라는 비교표가 실려 있다.
대안1의 방류지점은 사업지구 인근 ‘한천’으로 돼 있고 방류방법은 자연유하식이다.
반면 대안2는 방류지점을 ‘고삼저수지 하류부’로 정하고, 방류방법을 “관로매설 후 압송펌프 이송(직선거리 약 7.5㎞)”으로 명시했다.
두 방안의 차이는 고삼저수지 영향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대안1에 대해서는 “방류수질 및 방류수온으로 인한 영향 예상”, “친환경농업 및 내수면어업권 피해 등 예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대안2에 대해서는 “고삼저수지 하류부로 BYPASS하여 고삼저수지 환경영향 원천 해소”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최종 ‘선정’란에는 대안2에 동그라미 표시가 돼 있다.
따라서 고삼저수지 바이패스는 안성 주민들이 뒤늦게 만들어 제안한 방안이 아니다.
SK 관련 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 고삼저수지 직접 유입과 하류 우회를 비교한 뒤 실제 선정했던 방안이다.
“친환경농업·내수면어업권 피해 예상” … 그래서 저수지를 피해 갔다
이 부분은 이번 논란에서 특히 중요하다.
당시 평가서는 처리수 방류수질 기준만을 놓고 대안을 선택하지 않았다.
고삼저수지로 처리수가 유입될 경우 방류수질과 방류수온에 따른 영향을 예상했고, 그 영향 가운데 ‘친환경농업 및 내수면어업권 피해 등’을 직접 적시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피하는 방안으로 약 7.5㎞의 관로를 설치해 고삼저수지 하류로 처리수를 보내는 바이패스를 선정했다.
평가서가 표현한 목적은 ‘영향 저감’ 정도가 아니라 ‘고삼저수지 환경영향 원천 해소’였다.
즉 당시 환경영향평가는 처리수를 기준에 맞게 처리하는 문제와 농업용 저수지로 처리수를 유입시키는 문제를 별개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도 “평가서 저감방안 사업계획 반영·충실히 이행”
본지가 함께 확인한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문서도 주목된다.
첫 장에는 사업번호 ‘HG2020B006’과 사업명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이 명시돼 있다.
협의내용은 총괄 부분에서 “본 협의내용과 환경영향평가서(보완서 포함)에 제시된 환경영향 저감방안 및 사후환경영향 조사계획을 사업계획에 반영하고, 충실히 이행하여야 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수환경 분야 운영 시 저감방안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서 688~764쪽, 보완서 363~457쪽을 적시하고 있다.
고삼저수지 하류 바이패스를 선정한 평가서 713쪽은 이 범위에 포함된다.
다만 이 협의내용 문구만으로 평가서 713쪽의 바이패스 계획이 이후 한 번도 변경될 수 없는 확정사항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후 어떤 변경협의와 절차를 거쳐 현재 방식으로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도 피하고 SK도 당초에는 피하기로 했는데
두 환경영향평가를 나란히 놓으면 최초 판단은 오히려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이동저수지의 ‘농업용수 수질영향’을 고려해 처리수가 농업용 저수지로 유입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도 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 고삼저수지 유입 시 친환경농업과 내수면어업권 피해 등을 예상하고 저수지를 우회하는 방안을 선정했다.
두 사업 모두 대규모 반도체 처리수를 농업용 저수지에 유입시키는 문제를 방류수질 기준만으로 판단하지 않았던 셈이다.
농업용수와 저수지에 미칠 영향까지 별도로 고려했다.
그러나 현재 결과는 다르다.
삼성은 여전히 이동저수지와 창리저수지를 거치지 않는 방류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SK 처리수는 자신들의 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 ‘환경영향 원천 해소’를 위해 피해 가기로 했던 고삼저수지로 향하고 있다.
안성농민회 1월 5일부터 청와대 앞 1인 시위
청와대 앞 기자회견.
고삼저수지 직방류에 대한 안성지역의 반대는 최근 시운전을 계기로 갑자기 시작된 것도 아니다.
특히 안성농민회(회장 이관호)는 올해 1월 5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농민회원들은 고삼저수지 방류 철회를 요구했고 당시 성명에서 “SK 삼성 재벌에게 특혜주고 안성에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이것이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공정세상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고삼저수지를 바이패스할 수 있는데도 SK의 비용절감을 위해 직방류를 추진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당시부터 제기했다.
다만 ‘비용절감이 실제 방류계획 변경의 이유였다’는 부분은 농민회 측 주장으로, 현재 확인한 환경영향평가 자료만으로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평가서 원본 확인으로 적어도 당시 농민들이 요구했던 ‘고삼저수지 바이패스’ 자체가 실제 SK 환경영향평가 본안에 존재했고, 그것도 선정된 방안이었다는 점은 확인됐다.
이통장협의회도 합류… “당초 바이패스였다” 주장 실제 평가서로 확인
이후 청와대 1인 시위에는 안성시이통장협의회(정효양)도 합류했다.
안성농민회와 안성시이통장협의회는 지난 4월 2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처리수의 고삼호수 직방류를 철회하고 당초 계획처럼 환경피해가 적은 바이패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주민 측은 “당초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폐수는 바이패스 방식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천과 고삼저수지 직방류로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주민 측 주장으로 보도됐지만, 이번에 본지가 환경영향평가 본안 713쪽을 직접 확인하면서 ‘당초 바이패스 방안이 존재했고 선정까지 됐다’는 사실은 공식 평가서로 확인됐다.
김보라 시장 “부담은 주변 도시가 함께 지고 성과는 소재지 도시만 보는 것이 공정하냐”
반도체 산업의 혜택과 환경부담을 둘러싼 지역 간 형평성 문제는 안성시 차원에서도 공개적으로 제기돼 왔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지난 7월 법인지방소득세 공동세 논쟁 과정에서 용인의 반도체 산업단지가 가져오는 경제적 성과와 주변 지역이 떠안는 환경·기반시설 부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김 시장은 “하늘과 하천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며 “용인의 반도체 산업단지는 용인만의 노력으로 조성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에는 주변 도시들의 협력과 인프라 제공, 환경적 부담과 희생이 함께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성과는 소재지 도시가 누리고 부담은 주변 도시가 감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고삼저수지 직방류 논란과도 그대로 맞닿아 있다.
삼성과 SK 반도체 공장은 모두 용인에 있지만 전력공급과 송전선로, 온실가스, 처리수 등 사업에 수반되는 일부 환경·기반시설 부담은 행정구역을 넘어 안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윤종군 국회의원·김보라 시장 정부 장관 만나 안성 입장 전달
지역의 문제제기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대응으로도 이어졌다.
윤종군 국회의원은 지난 8월 3일 안성시민 결의대회에서 김보라 시장과 함께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만나 방류수와 송전선로 등 안성지역 현안과 시민들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종군 국회의원은 시민들의 집회와 성명, 서명운동이 정부 당국자를 만나 안성의 요구를 전달하는 데 힘이 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히 김보라 시장과 김성환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 당국자가 안성을 찾아 시민들과 직접 대화하는 자리도 제안했다고 밝혔다.
윤종군 국회의원은 “장관이 됐든, 차관이 됐든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를 안성에 모셔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꼭 만들겠다”고 말했다. 관련 보도에서도 윤종군 국회의원이 7월 31일 김보라 시장과 김성환 장관을 만나 안성의 송전선로·반도체산단 관련 현안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된다.
폭염 속 500여 명 거리로 … 국회의원·경기도의원·안성시의원 모두 참석
안성시민들 집회.
지난 8월 3일에는 안성시이통장협의회와 안성농민회가 공동 주최한 ‘SK하이닉스 오폐수처리 방류수 반대 안성시민 결의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500여 명, 경찰 추산 400여 명이 참여했다.
시민과 농민들은 20여 대의 트랙터를 앞세우고 안성 시내 약 3㎞를 행진하며 “SK 폐수는 용인으로”, “고삼호수는 우리가 지킨다”, “안성농업은 우리가 지킨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사에는 윤종군 국회의원과 경기도의원, 안성시의원 전원, 지역농협 조합장과 농업인단체 관계자 등도 참석했다.
자치안성신문이 보도한 결의문에서도 “정부는 대기업에 특혜를 주고 안성시에 일방적 피해만 주는 불평등 정책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고삼저수지 직방류 문제가 일부 주민이나 농민단체만의 민원을 넘어 안성지역 전체의 환경·농업 현안으로 확대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민들 물속에 들어갔는데도 시운전… 시운전 방류수는 ‘공업용 원수’
안성시민들 집회.
반발은 실제 방류시설 시운전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SK하이닉스가 공장 가동을 앞두고 공업용 원수를 이용한 고삼저수지 직방류 시운전을 실시하자, 고삼면발전협의회(이정상·고나현 공동회장)·이통장협의회·안성농민회 등 안성 주민들은 고삼저수지 상류 한천에 들어가 방류 중단을 요구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당시 SK 관계자들이 수중시위 현장을 확인한 뒤에도 예정된 시운전을 진행했고, 방류량이 늘면서 한천 수위가 약 20㎝ 높아져 급류로 변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시운전 과정에서 흘려보낸 물은 실제 반도체 공정폐수가 아니라 공업용 원수다.
주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현재 물의 성분만이 아니다.
향후 공장이 가동되면 처리수가 현재 시운전 중인 방류계통을 통해 고삼저수지로 향하게 된다는 점이다. 본지 기존 보도에서도 향후 고삼저수지-한천-안성천-평택호-서해로 이어지는 방류경로가 제시된 바 있다.
“처리하면 안전하다”로 끝날 문제인가?
사업자 측은 최종 처리수가 법정 수질기준 등을 충족한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환경영향평가를 보면 단순히 “처리했으니 안전하다”는 논리만으로 방류지점을 결정하지 않았다.
삼성은 이동저수지의 ‘농업용수 수질영향’을 별도로 고려했다.
SK도 처리수의 방류수질과 별개로 고삼저수지 유입에 따른 친환경농업과 내수면어업권 피해 등을 평가했고, 그 영향을 ‘원천 해소’하기 위해 저수지를 피해 가는 7.5㎞ 바이패스를 선정했다.
즉 처리수 수질기준 충족과 농업용 저수지 보호는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별개의 판단요소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당초 선정된 바이패스 … 누가, 언제, 왜 바꿨나
이번 원본 확인으로 이제 질문은 “바이패스 계획이 실제 있었느냐”가 아니다.
환경영향평가 본안 713쪽에서 그 존재와 선정 사실이 확인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 선정된 약 7.5㎞ 고삼저수지 하류 바이패스 방안은 언제 사라졌는가.
누가 변경을 요청했는가.
변경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변경 협의 또는 다른 행정절차는 어떻게 진행됐는가.
당초 평가서가 예상했던 친환경농업과 내수면어업권 피해 우려는 이후 어떤 자료와 검토를 통해 해소됐다고 판단했는가.
당초 ‘원천 해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고삼저수지 환경영향은 무엇을 근거로 수용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는가?
7.5㎞ 바이패스 관로를 설치하지 않게 된 데 비용이나 사업성, 관로 부지 확보 등의 문제가 작용했는가.
비용절감 때문이라는 주장은 안성농민회와 주민단체가 제기하고 있지만, 실제 변경 사유가 무엇인지는 관계기관의 변경 협의 자료와 사업자 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이제 공식 평가서로 확인됐다.
SK는 고삼저수지 바이패스를 검토만 한 것이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 ‘선정’했다.
용인 농업용수와 안성 농업용수의 가치는 다른가?
결국 이 문제는 삼성과 SK 두 기업의 방류계획 차이를 넘어 지역 간 환경부담의 형평성 문제로 이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모두 용인에 있다.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한 투자와 고용, 세수와 개발효과도 상당 부분 소재지인 용인에 집중된다.
삼성은 용인에 있는 경기도 최대 규모 농업용 저수지 이동저수지의 ‘농업용수 수질영향’을 고려해 처리수가 저수지로 들어가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작은 창리저수지도 처리수 통과경로에서 제외되는 계획이다.
SK 역시 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는 안성 고삼저수지로 처리수가 유입될 경우 친환경농업과 내수면어업권 피해 등을 예상해 고삼저수지를 피해 가는 7.5㎞ 바이패스를 선정했다.
그런데 현재 SK 처리수의 길은 다시 고삼저수지를 향하고 있다.
김보라 시장이 지적했듯 하늘과 하천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용인 농민이 사용하는 농업용수와 안성 농민이 사용하는 농업용수의 가치는 다른가.
경기도 최대 규모 이동저수지는 농업용수 수질영향을 고려해 처리수를 피해 가면서 고삼저수지는 왜 받아야 하는가.
더욱이 SK 스스로도 당초 환경영향평가에서 고삼저수지를 피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환경영향 원천 해소”를 위한 바이패스를 선정했다.
그 바이패스는 왜 사라졌는가?
그리고 당시에는 우려했던 친환경농업과 내수면어업권 피해가 지금은 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인가.
안성농민들은 지난 1월부터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나섰고 이후 이통장협의회가 합류했다. 청와대 앞 공동 기자회견, 한천 수중시위, 500여 명의 시민결의대회로 반대는 확대됐다. 김보라 시장과 윤종군 국회의원은 정부 장관을 만나 안성의 입장을 전달했고 반인숙 안성시의회 의장과 안성시의회 의원들과 지역 정치권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본지가 확인한 SK 환경영향평가 본안은 주민들이 계속 요구해 온 ‘고삼저수지 바이패스’가 사업 초기 환경영향평가에서 실제 선정됐던 방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용인의 이동저수지는 농업용수 수질영향을 고려해 피한다.
창리저수지도 처리수 경로에서 제외한다.
SK도 당초 고삼저수지를 피해 가기로 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안성 고삼저수지만 반도체 처리수를 받아야 하는가.
사업자뿐 아니라 방류계획 변경과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 관여한 정부와 관계기관이 이제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고 답해야 할 질문이다.
최용진 기자 news6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