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문틈 사이로 바라본 장례미사. 신도들이 조용히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있다.
지난 19일 안성에서 발생한 녹색장터 사고로 세상을 떠난 40대 어머니와 10대 아들이 미양성당에서 지난 21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은 미양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해온 신자였으며, 가족과 함께 수년째 자원봉사에 참여해 온 이웃이었다. 아들은 부모를 따라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가족과 함께 이웃을 위해 손을 보탰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공동체에 필요한 일을 묵묵히 해오던 모자가 자신들이 봉사하던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에, 함께했던 신도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슬픔은 더욱 컸다.
장례미사에서 정대현(그레고리오) 미양성당 주임신부는 두 사람을 떠나보내는 신도들의 슬픔을 위로하며, 생전 성당 공동체 안에서 함께했던 두 사람의 모습을 기억했다. 신앙 안에서 이웃과 함께하고 봉사하며 살아온 두 사람의 삶을 돌아보며,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남겨진 가족과 신도들을 위로하고 두 사람을 기억하며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미사 중간중간 성당 안에서는 신도들의 흐느낌이 이어졌다.
두 사람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거창한 이야기가 없었다. 함께 밥을 먹고, 인사를 나누고, 봉사하고, 성당에서 마주쳤던 평범한 순간들이 오히려 또렷하게 남았다.
한 남성 신도는 얼마 전 성당 행사에서 엄마가 자신에게 따로 챙겨준 밥 한 끼를 떠올렸다.
당시에는 그저 고마운 한 끼였지만, 이제는 다시 받을 수 없는 마지막 밥이 됐다.
그는 “그게 마지막 밥이 될 줄은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엄마와 함께 봉사했던 이들에게는 또 다른 기억도 남아 있다.
본지도 엄마와 인연이 있었다. 엄마는 취직하기 전 성모회 신도들과 함께 본지가 우편으로 발송하는 신문을 접는 일에도 손을 보탰다. 눈에 잘 띄는 일은 아니었지만, 공동체에 필요한 일이면 말없이 자신의 몫을 해냈다.
당시에는 성모회 회원들과 함께 신문을 접는 평범한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기억이 됐다.
자원봉사는 대가를 받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기보다 공동체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자신의 시간과 힘을 내어놓는 일이다.
고인 가족이 수년 동안 해온 봉사도 그랬다. 가족이 함께 현장을 찾았고, 엄마와 아들은 이웃을 위해 필요한 일을 묵묵히 했다.
그래서 이번 이별을 바라보는 자원봉사자들과 신도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다.
장례식장에서도 신도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소식을 접한 성모회 한 신도는 장례식장에 가 연도를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지만, 충격이 너무 커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가야 한다는 마음과 차마 마주하기 어렵다는 마음 사이에서 망설이다 어렵게 장례식장을 찾았다.
장례미사에서는 함께 신앙생활을 해온 신도들의 흐느낌이 이어졌다. 따뜻한 이웃으로 기억되던 엄마와 아들, 봉사 현장에서 함께 손을 보태던 두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픔과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한 안타까움이 곳곳에 묻어났다.
신도들은 두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두 사람의 죽음은 남겨진 공동체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대가 없이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내어놓았던 자원봉사자였다. 그 선의가 이어지던 자리에서 두 사람이 희생됐다는 사실은 남은 이들에게 쉽게 지워지지 않을 슬픔으로 남았다.
본지도 엄마와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한다.
성모회와 함께 신문을 접으며 공동체를 위해 손을 보태던 모습. 당시에는 평범했던 그 시간이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과의 소중한 기억이 됐다.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너무 미안합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내어놓았던 엄마와 아들.
남겨진 사람들에게 두 사람은 이제 자원봉사자로서의 삶을 넘어, 이웃을 위해 살아온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갑작스럽게 아내와 아들, 그리고 형제를 잃은 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마지막 길에 조용히 기도를 올린다.
봉사하던 자리에서 우리 곁을 떠난 엄마와 아들.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되어, 천사가 되어 편히 쉬기를.
▲21일 미양성당에서 열린 장례미사에서 신도들이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있다.
▲21일 미양성당 장례미사에서 제단 앞에 고인들의 영정이 놓여 있다.
▲21일 미양성당에서 열린 장례미사에서 신도들이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있다.
▲21일 미양성당에서 열린 장례미사에서 신도들이 눈물을 훔치며 고인들을 추모하고 있다.
▲21일 미양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마친 신도들이 성당 밖에서 고인들을 배웅하고 있다.
최용진 기자 news6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