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지역 13개 농축협 조합장(이하 조합장)들이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에서 발생하는 처리수의 고삼저수지 유입계획을 철회하고, 2021년 체결된 상생협약을 파기하라고 촉구했다.
조합장들은 21일 서운농협에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오폐수 고삼저수지 직방류 반대 및 상생협약 파기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에는 고삼농협 윤홍선, 금광농협 정지현, 대덕농협 양철규, 미양농협 김관섭, 삼죽농협 장용순, 안성인삼농협 양희종, 안성축협 정관진, 안성원예농협 안성구, 죽산농협 송태영, 안성농협 오영식, 서운농협 신기영, 일죽농협 유동현, 서안성농협 윤국한 조합장 등 13명이 참여했다.
참여 기관은 지역농협 10곳과 품목농협 2곳, 축협 1곳 등 모두 13개 농축협이다.
조합장들은 고삼저수지가 약 3천㏊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안성 농업의 기반이라며, 처리수가 유입되면 수질과 수온, 농작물 생산과 농산물 판로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 의견 배제한 상생협약 파기해야”
조합장들이 파기를 요구한 협약은 2021년 1월 경기도와 안성시, 용인시, SK하이닉스㈜, SK건설㈜, 용인일반산업단지㈜가 체결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의 성공적 조성과 상생협력 증진을 위한 관계기관 협약’이다.
조합장들은 성명을 통해 “국가 산업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안성의 젖줄인 고삼저수지를 위협하고 안성 농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도체클러스터 건설에 따른 세수와 경제적 이익, 일자리는 용인시가 가져가면서 처리수와 발전소, 초고압 송전선로에 따른 부담은 안성에 집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생협약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고삼면 농민과 안성시민의 실질적인 의견 수렴이나 동의 절차를 배제한 채 체결됐다”며 “안성시는 협약 파기를 선언하고 고삼저수지 오폐수 방류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정부와 대기업, 안성시가 농민조합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계속 요구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대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저수지 피하는데 SK는 왜 고삼저수지인가”
조합장들은 삼성전자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사례를 들어 SK하이닉스 처리수도 고삼저수지를 피하는 우회 방류 노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산업단지는 인근 저수지 방류를 피하고 하류 하천으로 우회하는 방안을 이끌어냈다”며 “왜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처리수만 안성 농민들의 농업용수원인 고삼저수지로 유입되도록 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성시는 처리수가 고삼저수지를 거치지 않는 바이패스 노선을 마련하도록 SK하이닉스와 사업시행자를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본지가 앞서 확인·보도한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 계획에 따르면 해당 산단의 처리수는 이동·창리저수지를 거치지 않고 화곡천으로 방류돼 황구지천으로 흐르도록 계획됐다.
삼성전자 국가산단의 구체적인 처리수 경로는 조합장들의 성명에 적시된 내용이 아니라 본지가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해 보도한 사실이다. 다만 삼성전자 국가산단과 SK하이닉스 일반산단은 사업 위치와 수계, 규모, 인허가 절차 등이 서로 다르다.
수질·증기안개·농산물 판로 피해 우려
조합장들은 반도체클러스터 처리수가 고삼저수지에 장기간 유입될 경우 수질과 수온, 저수지 생태환경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고온의 화학 오폐수가 고삼저수지로 계속 유입되면 저수지가 오염되고 농업용수로서의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며 “처리수가 유입된 물로 생산한 농산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면 안성 농산물의 판매와 친환경 인증, 학교급식 공급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처리수의 수질과 수온, 저수지와 농작물에 미칠 영향은 환경영향평가와 수질 측정, 장기적인 조사 등을 통해 검증해야 할 사안이다.
조합장들은 증기안개 발생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들은 “겨울과 환절기에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처리수가 유입되면 고삼저수지와 주변 하천에 증기안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조량 감소가 농작물의 광합성과 생육을 방해하고 곰팡이병 등 농작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협약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증기안개와 농업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증기안개의 발생 규모와 일조량 감소, 농작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현재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조합장들이 제기한 우려다. 실제 영향은 처리수의 계절별 수온과 방류량, 기온·습도·풍향 등을 반영한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
“사후 보상 아닌 피해 원인 사전 차단해야”
조합장들은 안성시가 피해 발생 이후 보상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농사는 공산품처럼 다시 만들어낼 수 없고, 한 번 훼손된 농토와 취소된 친환경 인증, 소비자의 신뢰는 금전적 보상만으로 되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폐수로 생산한 농산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면 대형마트와 학교급식 등 안성 농산물의 판로가 위축될 수 있다”며 “농민에게 필요한 것은 사후 보상금이 아니라 생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피해 원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NG 발전소·초고압 송전선로도 반대
조합장들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LNG 열병합발전소와 안성을 통과하는 초고압 송전선로 계획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용인 반도체산업단지를 위해 안성 보개면 접경지역에 추진되는 LNG 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과 고삼저수지 주변의 증기안개가 결합하면 주민 건강과 농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안성을 관통하는 345㎸ 초고압 송전선로가 주민 건강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토지 이용 제한과 재산가치 하락 등의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용인 반도체산업단지를 위한 위험·기피시설을 안성에 집중시키는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전소 배출물질과 증기안개가 결합해 주민 건강과 농업에 피해를 준다는 내용은 조합장들이 성명을 통해 제기한 주장이다. 실제 영향은 발전소의 배출물질과 배출량, 기상조건, 대기질 예측 결과 등을 토대로 검증해야 한다.
조합장들은 환경부 권고 범위가 반경 10㎞인데도 LNG 열병합발전소 환경영향평가 범위가 5㎞로 축소돼 안성지역의 피해 가능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요구 관철될 때까지 공동행동”
조합장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상생협약 파기 및 전면 재협상 ▲고삼저수지를 피하는 우회 방류 노선 마련 ▲처리수 유입 전 수질·수온·농업 영향 검증 ▲증기안개 피해대책 수립 ▲사후 보상이 아닌 사전 원인 차단 ▲LNG 발전소와 초고압 송전선로 계획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안성시는 상생협약을 즉각 파기하고 오폐수 바이패스 노선을 마련하도록 SK하이닉스를 압박해야 한다”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안성시민과 농민조합원과 함께 다양한 실천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삼저수지는 안성 농민들의 생업과 미래세대의 삶이 걸린 농업용수원”이라며 “3만 농민조합원과 안성시민의 이름으로 고삼저수지 오폐수 방류계획 철회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황형규 기자 mirhwang7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