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오·폐수 처리수가 고삼저수지로 유입되는 계획에 반대하는 안성시 고삼면 주민과 농민들이 삼보일배에 나섰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오폐수 고삼저수지 직방류 반대 고삼면 주민(농민)대책위원회’는 15일 오후 1시 30분 안성 내혜홀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안성시청까지 삼보일배 행진을 벌였다.
대책위는 이날 고삼면 주민과 농민, 지역 농협 관계자 등 250여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세 걸음을 걷고 한 차례 절하는 방식으로 이동하며 “고삼저수지 직방류 계획을 철회하라”, “기만적인 상생협약을 파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는 윤흥헌 대책위 공동회장 겸 고삼청년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현정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 공동실행위원장은 연대 발언을 통해 반도체 산업 확대로 인한 환경 부담이 안성뿐 아니라 전국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피해를 우려하는 지역의 시민과 농민들이 연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책위는 유동현 일죽농협 조합장과 장용순 삼죽농협 조합장, 송태영 죽산농협 조합장, 김관섭 미양농협 조합장, 윤홍선 고삼농협 조합장 등이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윤홍선 고삼농협 조합장은 고삼저수지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고삼면 농민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처리수 직방류 계획 철회에 안성시민들이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행진 참가자들은 ‘불공정 상생협약 파기’와 함께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을 위한 신규 송전선로와 LNG 집단에너지시설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삼면 쌍지리 주민들은 지역에서 추진되는 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에 동참했다.
참가자들은 내혜홀광장에서 안성시청까지 삼보일배를 이어간 뒤 시청 앞 광장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집회를 마쳤다.
관련 사업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오·폐수 처리시설의 계획상 처리 규모는 하루 36만 톤이다. 실제 외부 방류 예정량은 하루 33만6천 톤이다.
처리수는 생태하천과 인공습지를 거쳐 고삼저수지 유입부에서 상류 쪽으로 10.5㎞ 떨어진 한천에 방류된 뒤 하천을 따라 저수지로 유입될 예정이다. 안성시의회와 주민 등 지역사회에서는 방류수가 한천을 거쳐 고삼저수지로 유입되는 이 방식을 ‘고삼저수지 직방류’라고 불러 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27년 상반기 첫 팹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따라서 현재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발생한 폐수가 방류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논란이 된 공업용수 공급시설 시운전 과정의 방류도 반도체 공정 폐수가 아니라 시설 시험을 마친 뒤 배출한 원수였다. 안성시와 관계기관은 본격적인 처리수 유입에 대비해 한천과 고삼저수지를 대상으로 방류 전 수질 측정에 착수한 상태다.
2021년 1월 11일 경기도와 안성시, 용인시, SK하이닉스, SK건설, 용인일반산업단지 등 6개 기관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성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방류수의 수질·수온 개선과 수질 상태·생태계 영향에 대한 합동조사, 조사 결과의 연례 공개, 조사 과정의 주민 참여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책위는 그러나 협약이 주민들의 실질적인 동의 없이 추진됐다며 파기를 요구했다. 특히 당시 협약에 서명한 김보라 안성시장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현 대통령)에게 협약 체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고삼저수지 처리수 유입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본지가 앞서 취재한 삼성전자의 용인 남사·이동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처리수 방류 계획은 이동저수지와 창리저수지를 거치지 않고 하류 하천으로 방류하는 방식이다.
대책위는 이 같은 차이를 들어 “삼성전자 처리수는 농업용 저수지를 우회하면서 왜 SK하이닉스 처리수는 고삼저수지로 유입돼야 하느냐”며 방류 계획의 형평성과 적정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고온의 처리수가 고삼저수지로 지속해서 유입되면 수질과 토양이 오염되고 안개 발생이 증가해 농작물 생육과 주민·가축의 건강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고삼저수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개와 인근 LNG 집단에너지시설에서 배출되는 분진·미세먼지가 결합하면 주민 건강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책위가 이번에 배포한 자료에는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할 실측 자료나 조사 결과가 제시되지 않았다. 처리수 유입에 따른 안개 증가 규모와 농작물·주민·가축의 피해 여부, LNG 집단에너지시설 배출물과의 복합영향은 추가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고삼저수지를 방문해 처리수 방류 계획과 수질·수생태계 영향을 점검했다. 김 장관은 기존 환경영향평가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된 뒤 방류되는 물의 영향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는 취지로 지적하고, 기존 반도체 처리수 방류 지역에 대한 사례 조사를 주문했다.
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고삼저수지는 수십 년간 지역 농업을 지탱해 온 친환경 농업의 원천이자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라며 “사후 보상이 아니라 처리수의 고삼저수지 유입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와 경기도는 대기업 중심의 일방적인 행정을 중단하고 안성시민과 농민의 생존권과 청정 환경을 보장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직방류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황형규 기자 mirhwang7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