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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이억배의 옛이야기, 삶의 터전 안성서 시민과 만나다

『오누이 이야기』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애들을 살린 땅’ 안성서 1998년부터 삶과 창작 이어와

기사입력 2026-09-15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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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 할머니 선생님에게 들은 옛이야기가 오랜 세월 뒤 세계가 인정한 그림책으로 되살아났다. 그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새롭게 빚은 이억배 작가가 1998년부터 삶과 창작의 터전으로 삼아온 안성에서 시민들과 수상의 의미를 나눴다.

안성시 중앙도서관은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지난 12세계가 반한 한국의 그림책 작가, 이억배특별행사를 개최했다.

이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오누이 이야기2026년 볼로냐 라가치상 특별부문 우화와 옛이야기(Fables & Fairy Tales)’에서 대상(WINNER)을 받았다. 1995솔이의 추석 이야기로 첫 그림책을 펴낸 이 작가가 31년 만에 거둔 성과다.

오누이 이야기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대목으로 익숙한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이 작가만의 시선으로 다시 풀어낸 작품이다. 사계절출판사는 기존 판본들이 호랑이의 공포와 삶의 절박함에 무게를 둔 데 비해 이 작품은 호랑이와 오누이의 입씨름, 오누이의 재치와 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실수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볼로냐 라가치상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이 전통과 현대적 산수화 표현을 결합해 한국 미술의 특징을 보여주면서도 만화적 감각과 시각적 유머를 살렸다고 평가했다. 이번 수상은 한 작품의 완성도를 넘어 우리 옛이야기와 한국적 미감·해학이 세계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그림책 언어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상작의 뿌리는 이 작가가 어린 시절 들었던 옛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이 작가는 자치안성신문이 지난 4월 보도한 인터뷰에서 용인 양지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이복동 담임교사를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기억했다. 당시 농촌에서 자란 그에게 이야기 속 산과 들은 실제 생활하던 풍경과 다르지 않았고, 호랑이가 뒷산에서 금방이라도 내려올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에게 옛이야기는 저절로 다음 세대에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말하고 다른 누군가가 들을 때 비로소 살아남는 문화적 기억이다. 오누이 이야기는 어린 시절 선생님에게서 들은 이야기의 감정과 풍경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림책으로 다시 살려낸 작품이다.

1980년대 민중미술 현장에서 활동했던 이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 경험을 계기로 어린이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앞선 인터뷰에서 밝혔다. 1995년 딸 한솔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펴낸 솔이의 추석 이야기가 그의 첫 그림책이었다.

이 작가는 1998년 안성에 정착했다. 이 작가에 따르면 당시 자녀들이 소아 천식으로 병원을 자주 오가자 공기가 좋은 곳을 찾았고, 고삼저수지 끝자락의 보개면에 터를 잡았다. 자녀들이 서삼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으로 옮긴 뒤에는 가습기 없이 생활하며 건강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안성을 애들을 살린 땅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그는 이후 보개면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서삼초등학교 통폐합과 화장장·석산 개발, 도서관 민영화 등 지역사회 문제도 외면하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해 왔다. 안성시 도서관과도 꾸준히 인연을 이어왔다. 안성은 그에게 작업실이 있는 거주지를 넘어 가족의 삶을 회복하고 창작을 이어온 터전이자 한 사람의 시민으로 이웃들과 관계를 맺어온 지역이다.

이날 강연에서 이 작가는 주요 작품이 탄생한 과정과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소회를 들려줬다. 오랫동안 생활하며 직접 그린 안성의 풍경 스케치도 공개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시민동아리 이야기 할머니의 그림책 읽기와 미양꿈인형극단의 인형극, ‘안성동화읽는어른모임의 열쇠고리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진행됐다. 작가 사인회에는 많은 시민이 몰리면서 예정 시간을 넘겨 연장 운영됐다.

행사장에는 어린 시절 이 작가의 그림책을 읽고 자란 뒤 자신의 자녀와 함께 온 부모들도 있었다. 어린 시절 선생님에게 옛이야기를 들었던 아이가 작가가 돼 그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았고, 그 책을 읽고 자란 부모는 다시 자녀와 함께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행사는 이 작가가 강조해온 옛이야기의 생명력이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자리였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안성시 관계자는 안성과 깊은 인연을 이어온 이억배 작가의 수상을 시민들과 함께 축하하고 작품 세계를 나눌 수 있어 뜻깊었다앞으로도 시민들이 책과 작가의 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성시 중앙도서관 로비에서는 9월 한 달간 이억배 작가의 도서 전시와 감상 카드 달기, 영수증 사진기 체험 등으로 구성된 이억배 독서존을 상시 운영한다.

최용진 기자 news660@naver.com



​​​​​​​자치안성신문 (news6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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