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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밥집(61)

고향으로 돌아온 송영호 선생의 안성일기 235

기사입력 2026-08-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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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호 전 계성여자고등학교 교사

#1. 나는 왜 그런가

오늘 미양농협 산악회 집행부가 단체 조끼를 구하러 여주 아울렛으로 향했다. 유명 브랜드 매장 서너 곳을 둘러보는 동안, 이상하게 내 시선은 자꾸만 알록달록한 여성 의류 매대로 쏠렸다.

검정은 피합시다. 혼자 입을 땐 상관없지만, 다 같이 검은 옷을 맞춰 입으면 초상집 가는 것도 아니고.”

돌아보면 내 안의 색채 취향은 꽤 오래전부터 싹을 틔우고 있었나 보다.

청년 시절, 홍대 앞 옷 가게에 걸린 화려한 여성 스커트를 보며 까닭 없이 참 예쁘다, 사고 싶다라는 생각을 품었던 기억이 난다.

90년대쯤, 한 친구가 노란색 양말을 선물 받았다며 남자가 무슨 이런 색 양말을 신느냐라고 질색하듯 보여준 적이 있다. 당시엔 보기 드물던 노란 남자 양말이었지만, 나는 그 양말을 보자마자, ‘, 이건 내 취향인데, 내가 신을게.’ 그렇게 그 양말을 친구에게 받아 출근할 때 학교에 신고 갔을 때 일부 여학생들의 내가 신은 노란색 양말을 보고, “선생님 멋져요라고 반응했다.

흙을 만지고 들녘을 누비는 농부가 된 지금, 일상복은 자연스레 때가 덜 타는 덤덤한 무채색 일색이다. 하지만 마지노선처럼 남겨둔 나만의 영역은 양말. 겉옷은 투박하고 실용적인 농부의 차림을 하고 있을지언정, 신발 속에 숨겨진 양말만큼은 내 고유의 취향을 유지한다.

농부의 일상에서도 나만의 색을 잃지 않는 작은 즐거움, 그게 내가 색채 양말을 신는 이유다.

#2. 엄마를 소환한다.

친구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서로의 엄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친구가) 김치 맛이 우리 어머니가 담갔던 김치 맛 같은데.”

김치가 입맛에 맞는다는 얘긴가?”

그려

엄마 손맛이라고 하잖아. 어릴 때 길들어진 맛. 나는 장가를 들어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먹게 되면서 우리 엄마 음식 솜씨가 아내보다 못하다는 걸 알았어. 뭐든 대충대충 하셨지. 하긴, 팔 남매 키우고 시부모를 모셨으니. 매 끼니를 뭘 먹나를 생각하실 수밖에 없었겠지

우리 어릴 때 엄마들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

우리 할아버지가 멋쟁이셨는데. 외출하실 때 항상 두루마기를 입으셨어. 당시 흰색 두루마기를 빨고 풀을 입히고 전기다리미도 아닌 숯을 넣은 다리미로 다리고. 다듬이질해야 하고. 다듬이질을 둘이 하는데 지금도 다듬이질할 때 났던 박자가 생각나. 어디 그것 뿐이여. 빨래가 가득 든 고무다라를 머리에 이고 동네 빨래터에 가서 빨래하고. 추우나 더우나. 또 우린 복숭아 과수원을 했는데 상품이 되지 못하는 파치를 머리에 이고 가서 안성 장에 가서 팔거나 어떤 때는 기차 타고 천안에 가서 팔았어. 아주 억척이었지

나는 엄마가 구멍난 양말을 바늘로 깁던 생각이 나

그땐 목양말도 있었고 나일론 양말도 있었는데 뒤꿈치가 구멍이 잘 났잖아. 전기 다마를 양말에 넣고 양말을 깁던 엄마 생각도 나네

엄마,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신지요?

#3. 우리 동네 여자 후배와 결혼해 외지에 살다가 1년 전에 동네로 이사와 사는 이웃이 있다. 나보다 한 참 아래 후배인데, 남편은 건강이 좋지 않아 마을 안길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다진다.

부부가 함께 산책할 때도 있지만 대개 혼자 산책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인사를 나눈 적이 없어 마주칠 때마다 그저 목례만 했다.

어떻게 저 친구랑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어제 그 친구가 어눌한 말씨로 안녕하세요라고 하면서 지나갔다. ‘! 후천적으로 언어 장애가 생긴 친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하는 어눌한 발음을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저 친구는 인사도 안 하네.’라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되는 것 중 하나는 상대의 상황이나 처지를 알아채고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송영호 전 계성여자고등학교 교사



자치안성신문 (news6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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