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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기 (전)새마을문고 안성시지부 회장, (현)경기도지부 이사
[기고] 창밖으로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바라보다 문득 아득한 학창 시절의 기억 한 조각을 꺼내어 본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늘 활기찼던 수원의 거리와 그곳을 누비던 시내버스 안에 머물러 있다.
그 시절 수원의 시내버스에는 저마다 단발머리의 안내양이 있었다. 회수권을 손에 꼭 쥐고 탑승하면, 우렁찬 오라이 소리와 함께 출발하던 버스. 외이리도 버스 안에는 학생들이 가득했는지, 숨쉬기조차 힘들 만큼 비좁은 공간이었으며 의자 위에는 서로의 책가방이 정겹게 소복이 쌓이곤 했다. 좁은 버스 안에서 친구들과 지난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깔깔거리던 그 시절. 비록 어렵고 불편한 환경이었을지언정, 지금 돌이켜보면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지울 수 없는 청춘의 추억이다.
그렇게 수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던 중, 1983년 고향이 안성이셨던 친구 아버님과의 인연으로 수원에서 안성 간 평화 직행버스를 타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안성이라는 도시에 발을 디딘 첫 기억이었다.
강산이 몇 번이나 변한 지금, 안성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함이 없는 듯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도로가 깨끗하게 포장되었고, 안성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가 생겼으며, 곳곳에 새로운 아파트와 공단이 추가로 생겼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변화와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이 늘어난 뒤편에는 여전히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평택시와 인접한 공도읍은 인구가 가장 많이 거주하고 외지인의 유입도 활발하다. 생활환경이 도심보다 월등히 편리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으니, 공도로의 쏠림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아파트와 공단이 늘어난 만큼, 이제는 안성 시가지도 그에 걸맞은 과감한 새로움과 내실 있는 변화를 보여주어야 할 때다.
특히 안성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금석천을 도심 속 청정 생태하천이자, 전국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안성시 최고의 명품 장소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서울의 청계천처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수변 공간을 공들여 가꾸고, 국립한경대학교 인근과 연계하여 풍성한 문화공간과 녹지공원을 조성해야 한다.
단순히 아파트와 공단만 늘어나는 도시가 아니라, 금석천이라는 아름다운 푸른 축을 중심으로 젊은 청소년들이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하고 외지인들이 일부러 찾아와 머무는 매력적인 생활·문화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
안성도 이제는 변화의 바람이 절실히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안성은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니었다. 전국 ‘5대 장’에 포함될 정도로 시장의 규모가 컸으며, “안성을 거치지 않고는 한양을 갈 수가 없다고 했을 만큼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다른 도시에 비해 발전이 정체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안성 지역민들은 그 답을 이미 마음속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머물러 있었던 지난날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는 웅크리지 말고 일어나야 한다. 정지되어있는 안성이 아니라,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안성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자녀들에게 더 편안하고 좋은 환경, 서로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공간을 물려주는 길이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사람이 다시 안성을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안성의 문화재를 널리 알리고, 점차 잊혀가는 명품 특산물과 특산품을 현대적으로 살려내어 유서 깊은 ‘문화관광도시’로 당당히 발전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성 시민의 의식도 변화해야 하며, 우리 지역의 격에 맞는 현대적인 편의시설도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나 유능한 개인이라도 혼자서는 절대로 이 거대한 변화를 이뤄낼 수 없다. 정체된 도시를 깨우는 힘은 한 사람의 천재가 아닌, 위대한 시민들의 연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치고, 함께 고민하며, 지역의 숨은 가치를 발굴해 나갈 때 비로소 안성의 미래는 활짝 열릴 것이다. "함께하면 미래가 보인다." 이 당연하고도 강력한 진리를 믿고, 이제 안성의 밝은 내일을 향해 다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조문기 (전)새마을문고 안성시지부 회장, (현)경기도지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