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호 전 계성여자고등학교 교사
#1. 가톨릭농민회 모심는 날
회원들의 단합과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고 또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원들이 2천 평 정도 벼농사를 공동으로 짓는다. 김진우 현 회장이 짓던 논을 지난해부터 농민회에 위탁해 농민회원들이 친환경으로 경작한다.
모를 심기 위해 20여 명이 모였다. 사무장이 아침 일찍 고삼농협 육묘장에서 모를 싣고 왔고, 예전에 역전 방죽이었던 곳이랑 방죽 둑이 높아 예초기를 챙겨온 다섯 명 회원이 논둑을 깎았다. 예초기를 챙겨와 논둑을 깎은 회원 중에는 78세가 된 회원도 있었다.
사무장, 여우석 회원, 여성회원 한 명 그리고 나는 모쟁이를 했고, 박명규 회원이 이양기를 가져와 모를 심었다. 또 다른 회원은 모를 심은 곳에 우렁이를 뿌리고, 회장은 마지막 논둑 정비와 물꼬를 손봤다.
윤종우 회원이 잡은 물고기로 여성 부회장(이순찬)과 성모회 회장(김미연)이 어죽을 준비했고 밑반찬 중 일품은 얼갈이김치.
미양성당 신부님이 현장을 방문해 풍년을 기원하는 기도를 주관했고, 미양면장도 들려 회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임대권 사무국장이 단톡방에 남긴 글
【제일 일찍나와 예초기질 하며 스타트를 끓어 주신 김진우 회장님. 이재성 교구회장님. 최현주 감사님. 이종각 형님. 노익장을 과시해 준 송창호 어르신 … 환상적인 예초작업이었습니다. 우렁이를 옮겨주신 김상길 대부님 감사합니다. 모판을 날라주신 여우석 자치회장님. 송영호 형님. 이재민 누님. 최용진 대표님 국가대표 모쟁이의 느낌입니다. 그리고, 삼겹살. 어죽을 준비해 주신 이성범. 윤종우. 이순찬 수산나 3분의 부회장님! 그리고 김미연 형수님. 너무 맛있게 건강하게 재미있게 잘 먹었습니다. 백만 년 만에 소풍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수건돌리기 하고 싶을 정도로 … 그리고 똘을 쳐주신 훈이씨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풍년 축원 기도를 해주신 우리 본당 신부님. 그리고 사무국장님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차세대 주자! 광수씨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갈전리 박명규 회원이지요. 자로 잰 듯한 모심기! 놀라운 스피드! 환상 그자체였습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이렇게 공동경작 모내기와 들밥 함께 나누기! 잘 마무리 하였습니다. 늦게 오신 민경희 누님! 함께 해 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대풍이 들어, 내년도 살림살이가 넉넉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오늘날까지 우리의 공동체 문화가 남은 것은 농경사회에서 함께 모여 모를 심어야 했고, 물을 끌어오는 수로를 공동으로 작업을 해야만 했던 이유도 있다.
서양의 밀 씨앗 파종은 어깨에 씨앗 주머니를 매고 일정한 보폭을 걸으며, 발걸음의 리듬에 맞춰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부채꼴 모양으로 씨앗을 뿌렸다. 혼자 밀씨를 흩뿌리는 방식. 그래서 서양은 개인주의 문화의 전통을 갖게 되었다. 오늘날 방송(broadcasting)이라는 용어는 ‘넓게(broad)’와 ‘던지다(cast)가 결합한 형태로, 현대에 와서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같은 매체를 통해 사방으로 전파를 내보내는 단어로 파생 및 전이된 형태.
어릴 때 모심는 날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 하루.
#2. 동네에서 포도 과수원을 하는 교찬(85) 형님이 농업용 소형차를 타고 식당에 오셨다.
“(형님이) 빈 막걸릿병 얻으러 왔는데”
“막걸릿병으로 뭐 하시게?”
“막걸릿병에 약을 넣어 포도 열매에 (…) (내가 빈 막걸릿병을 가져오자) 이거 말고 큰 걸로”
“큰 건 우리 업소에 없어요. 몇 개 필요하셔? 언제 쓰실 건데요?”
“4개 면 돼. 이번 주 토요일 날”
“큰 생수병을 쓰시면 되잖아요”
“생수병은 손잡이가 없어서 불편해”
“제가 금요일까지 구해서 가져다드릴게요”
아직 3일이 남은 상황. 마트에 가서 막걸리를 4병을 샀다. 3일에 다 마실 양은 아니지만 남으면 다른 용기에 따라놓았다 마시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영호 전 계성여자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