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봄은 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따뜻한 바람과 초록빛 풍경은 잠시라도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감정을 불러낸다. 하지만 꼭 먼 곳으로 떠나야만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집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느끼고, 가족과 추억을 만들고, 익숙한 도시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것 또한 충분한 여행이 된다.
요즘 안성 곳곳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을빛 호수와 음악분수, 맨발로 걷는 산길, 지역 농산물로 만든 디저트, 그리고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전망대까지. 멀리 떠나지 않아도 하루를 온전히 채울 수 있는 여행지가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본지는 봄나들이 시즌을 맞아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즐기기 좋은 안성의 대표 명소들을 소개한다.
최근 개장한 칠곡호수공원은 아름다운 노을빛과 음악분수로 낭만을 더한다.
국사봉에 올라서면 드넓은 산과 멋진 자연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은 국사봉 정상에 떠오른 일출과 구름바다 전경.
노을과 음악이 머무는 곳 … 새롭게 태어난 칠곡호수공원
해가 질 무렵, 칠곡호수는 조용히 색을 바꾼다. 잔잔하던 수면 위로 노을이 번지기 시작하면, 방문객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레 느려진다. 셀카를 찍는 연인과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가족, 자연의 미적 순간을 두 눈에 담는 청년 등 각자의 방식으로 추억을 만든다.
안성시 원곡면 일대에 자리한 칠곡호수는 최근 공원 조성을 통해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3월 말 문을 연 이곳은 주차장과 산책로, 쉼터, 보행교, 수변데크, 음악분수까지 고루 갖추며 ‘머무는 호수’로 변모했다. 개장 이후 연일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곳의 변화는 단순한 정비 수준을 넘어선다. 금광호수 하늘전망대와 연결되는 ‘호수 관광벨트’의 한 축으로, 칠곡호수는 이제 안성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을빛이 아름다운 호수’라는 테마 아래, 농업용 저수지였던 공간은 감성과 체류가 공존하는 장소로 재해석됐다.
밤이 되면, 공원의 상징인 음악분수 ‘기억의 빛’이 물줄기를 쏘아 올리며 이곳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국내 최초로 3.1운동을 주제로 한 음악분수가 127개의 물줄기와 함께 일제히 하늘로 솟구치며 색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127’이라는 숫자는 1919년 3·1운동 당시, 전국 3대 실력 항쟁지로 꼽힌 안성의 역사적 의미가 숨어있다. 당시 실형을 선고받은 안성의 만세운동 참가자 127명을 기리는 것으로, 물줄기 하나하나에 선조들을 향한 감사와 존경이 담겨있다.
워터스크린 위로는 AI 기술로 구현된 독립운동가의 형상이 떠오르고, 동아방송예술대학교 학생들의 연출이 더해지며 장면은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여기에 지역 초등학생들이 그린 그림까지 어우러지며 분수는 어느새 가슴에 울리는 이야기가 된다.
공도읍에 거주하는 김모씨(62세)는 “지인의 말을 듣고 방문해 봤는데, 탁 트인 호수를 보니 마음이 정화됐고, 음악분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됐다. 아이들과 함께 안성의 역사 이야기도 자연스레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음악분수는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저녁 8시, 주말 및 공휴일에는 저녁 8시와 9시 두 차례 펼쳐진다.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정리하고, 분수와 함께 밤을 맞이하는 코스는 지금 안성에서 가장 떠오르고 있는 여행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죽 국사봉서 느끼는 신선놀음 … ‘맨발로 걷는 힐링 산행’
등산객들이 맨발로 국사봉 산행을 즐기고 있다.
해발 444.5m,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이 있다. 안성시 삼죽면에 자리한 국사봉은 한남정맥의 인증지로, 전국 등산객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진 보석 같은 곳이다.
특히 이곳은 자연과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될 수 있는 맨발산행으로 유명하다.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면 신발장과 세족장이 설치돼 있으며, 잘 닦인 흙길에 발바닥이 닿는 순간, 기분 좋은 산행이 시작된다.
지압인지 해방감인지 모를 묘한 느낌이 발바닥에서 온몸으로 퍼진다. 중간중간 쉬어 갈 수 있는 벤치가 놓여 있고, 수국 포토존과 바위 포토존도 마련돼 즐거움을 더한다. 힘들면 쉬고, 예쁘면 찍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국사봉 등산로는 총 다섯 개 코스가 구축돼 있으며, 가장 많이 찾는 입구는 KGC인삼연구시험장 (안성시 삼죽면 배태리 산 104-1) 쪽이다. 1구간(2km·2시간)부터 5구간(4.85km 4시간) 코스까지 취향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국사봉 정상에 올라서면 드넓은 산과 멋진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고,
조금 더 이동하면 또 다른 명소인 바위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바위 전망대는 아름다운 일출은 물론, 산봉우리들이 섬처럼 떠오르는 구름바다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산행 후, 주변 관광지도 놓쳐서는 안 된다. 3.8km를 순환하는 덕산호수 둘레길, 무료 개방된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갤러리와 이경순소리박물관, 메타세쿼이아길이 인상적인 풍산개마을 등 국사봉 등산으로 하루 종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안성의 맛을 담다” … 지역 디저트 인기몰이
안성맛춤 디저트 공모전을 통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특화 디저트를 발굴하며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여행에 있어 먹거리를 빼면 섭섭하다. 안성은 아름다운 호수와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곳곳에 특색있는 카페들이 자리했고, 저마다 자랑하는 디저트를 선보이며 주말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많다. 이른바 ‘카페 투어’를 즐기려는 연인과 가족, 친구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특히 안성시는 2024년부터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특화 디저트를 발굴해 관광 기념품으로 육성하기 위한 ‘안성맛춤 디저트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최근 공모전을 통해 안성쌀, 배, 포도, 한우 등을 활용한 디저트들이 탄생하며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안성의 디저트가 도시의 브랜드를 바꾸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공모전에서 선정된 카페 ‘십삼월’의 ‘빵오피어’는 안성 배를 활용한 페이스트리로, 바삭한 겉면을 깨무는 순간, 부드럽게 퍼지는 배의 달콤함이 입안을 채우며 은은한 과일 향이 여운처럼 남는다.
카페 ‘온숲’의 디저트는 색다른 조합으로 눈길을 끈다. 안성 한우로 만든 라구 소스와 치즈가 더해진 소금빵은 물론, 안성 쌀 포도롤, 에이드 등이 부드러움과 청량함으로 균형을 맞춘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시도도 돋보인다. ‘오복시루’의 ‘두텁맛춤’은 쫀득한 식감과 절제된 단맛으로 떡의 매력을 세련되게 재해석했으며, 단호박 인절미와 흑임자 인절미는 고소함과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이와 함께 ‘목적지나인’의 ‘배찰빵’은 안성 배의 풍미를 쫀득한 찹쌀 식감에 담아내 지역 특산물을 새롭게 풀어냈으며, ‘풍사니랑’의 ‘풍사니 샌드’는 고소한 쿠키 사이에 감각적인 속재료를 더해 누구나 즐기기 좋은 디저트로 완성됐다. ‘꼬르메움’의 ‘안성맞춤쌀 쉬폰케이크’도 섬세한 비주얼과 균형 잡힌 맛으로 디저트의 특별한 확장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태이’의 미니 설기, 안성맞춤 개성주악은 고삼호수의 풍경과 전통 한과에서 영감을 얻어, 눈으로 먼저 즐기고 입으로 완성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처럼 안성의 디저트는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여행의 기억을 새롭게 하는 매개가 되고 있다.
하늘 위를 걷는 기분 … 명불허전 금광호수 하늘전망대
안성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금광호수 하늘전망대는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금광호수 하늘전망대는 이제 안성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하늘전망대, 박두진문학길, 수변화원 등이 어우러지며 누적 관광객 36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토대로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금광호수 하늘전망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정상에 올라서면 마치 하늘 위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발아래로는 잔잔한 호수가 펼쳐지고, 금북정맥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탁 트인 시야가 주는 개방감은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는 순간을 선사한다.
하늘전망대의 인기는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방문객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공유되며 입소문을 탔고, 금광호수는 금세 ‘핫플레이스’가 됐다. 실제로 한 플랫폼에서는 관련 영상이 144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방문한 이모씨(28세)는 “처음엔 안성에 가는 김에 들른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직접 와보니 규모와 분위기에 한껏 매료됐다. 이곳은 풍경도 아름답지만, 사람과 사람을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공간 같다”고 말했다.
안성시 관계자는 “이제 안성은 머물고 싶고, 다시 방문하고 싶은 이유가 분명한 여행지로 변하고 있다. 호수와 산, 먹거리에 담긴 이야기를 즐기며 특별한 경험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성은 아름다운 호수와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곳곳에 특색있는 카페들로 가득하다. 사진은 양성면에 위치한 목적지 나인 카페.
칠곡호수공원의 상징인 음악분수 ‘기억의 빛’은 국내 최초 3.1운동을 주제로 127개의 물줄기가 솟구치며 장관을 연출한다.
지난 3월 열린 칠곡 노을빛호수 준공식에서 시민들이 특별 무대를 감상하고 있다.
삼죽 국사봉 전망대를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
취재·정리 최용진 기자 / 황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