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방 소도시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청년 인구 유출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각 지자체는 청년정책을 강화하며, 지역 사회의 안정적인 정착과 교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거점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안성시는 지난 2023년 9월 청년문화공간 ‘청년톡톡’을 개소해 미래세대들의 역량 강화와 새로운 기회 창출은 물론, 젊고 활력 넘치는 도시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공간은 개소 이후 현재까지 누적 이용객 3만여 명을 기록하며 안성 청년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동시에 그동안의 운영 성과는 체계적인 기획과 소통의 결과물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청년 중심의 공간 설계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 구성, 일상생활 밀착 지원 등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본지는 지역 청년들의 ‘행복 허브’가 되고 있는 안성시 청년문화공간 ‘청년톡톡’의 운영 방식과 성과, 의미 등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안성시는 2023년 9월, 청년문화공간 청년톡톡을 개소해 현재까지 누적 이용객 3만여 명을 기록하며 청년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사진은 청년문화공간 청년톡톡 개소식 현장)
안성시는 청년들의 실제 수요에 기반해 자기계발과 문화예술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은 지난해 열린 안성청년 네트워킹데이 현장)
공간 설계의 철학, ‘비움’의 가치와 사용자 중심을 말하다
청년톡톡 내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채움’이 아닌 ‘여백’이다.
빽빽한 안내문이나 특정 성취를 요구하는 메시지 대신, 이용자의 동선과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가구와 상상력을 기록할 수 있는 벽면,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는 책들이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겉으로는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이 공간은 청년들이 각자의 개성과 활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열어둔 구조다.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이용자 스스로 공간의 의미를 채워가는 ‘열린 플랫폼’으로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비움의 가치’는 청년들의 실제 목소리 반영에서 출발했다. 시는 공간 조성 과정에서 정책 수요자인 청년들에게 필요한 공간의 모습을 묻고, 그 결과를 설계에 반영했다.
“정해진 목적을 수행하는 곳이 아니라, 무엇이든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핵심이었다.
이에 따라 정형화된 기능 중심 공간에서 벗어나, 청년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는 유연한 구조로 방향을 설정했다.
이러한 공간 철학은 건물 외부에 조성된 ‘잔디마당’으로 확장된다.
잔디마당은 청년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며 언제든 편안하게 들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일상의 쉼표가 되고 있다.
탁 트인 개방감을 바탕으로, 학업과 직장 생활에 지친 청년들에게 정서적 환기를 제공하고, 다양한 야외활동이 이어지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청년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한 탄력적인 운영 시스템 역시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청년 직장인들도 퇴근 후 여유롭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야외활동량이 늘어나는 하절기에는 이용 시간을 1시간 연장 운영하는 등 실수요자에 맞춘 실효성 있는 공간 운영을 선보이고 있다.
청년 전시회·플리마켓·기업 면접 등 다목적 활용 ‘눈길’
청년톡톡은 잔디마당 등 탁트인 개방감을 토대로 청년들에게 정서적 환기를 제공하고, 다양한 야외활동이 가능한 열린공간이 되고 있다.
여백과 유연성을 갖춘 청년톡톡은 특정 계층이나 단일 목적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포용적 거점 공간’으로 의미를 더한다.
이 중에서도 공간 내 마련된 ‘프로그램실’과 ‘공유주방’은 청년들의 자율적인 모임은 물론, 학습, 회의, 자체 교육 등 다양한 목적에 맞춰 상시 대관이 가능해 건강한 네트워크 형성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프라는 청년들의 실질적인 활동으로 이어지며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공간을 활용해 청년들이 직접 전시회를 기획하고, 야외 잔디마당에서는 청년 농부들이 참여하는 플리마켓이 열리는 등 자발적인 문화·경제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지역 기업체는 청년 인재 채용을 위한 장소로 활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직된 회의실을 벗어나 청년 친화적인 공간에서 면접을 진행함으로써 구직 청년들은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기업은 유연하고 열린 이미지를 제고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1,600여 명 설문 데이터 기반, 맞춤형 프로그램 추진
청년톡톡의 또 다른 경쟁력은 철저한 데이터 구축과 청년들의 실제 수요에 기반한 ‘프로그램 기획’에 있다.
안성시는 하향식 프로그램 구성을 지양하고, 실제 프로그램에 참여한 1,600여 명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고 필요로 하는 커리큘럼을 도출해 실효성 높은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청년들의 전방위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된다.
먼저, ‘자기계발’ 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청년 각자의 가치관과 진로를 함께 고민하는 실전 역량 강화 시간으로 운영된다.
또한 ‘문화예술’ 교육은 드로잉, 영상 편집, 도예 등을 바탕으로 완벽한 결과물 대신 창작 과정 자체에 집중하고, 활동 후에는 서로의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며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처럼 수요자가 직접 선택한 내용이 실제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며 높은 만족도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 청년톡톡, 커뮤니티 형성 방식의 전환
청년톡톡은 리더중심 매칭 시스템을 통해 청년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받으며 자발적인 커뮤니티 형성을 촉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톡톡의 커뮤니티 운영은 기존 동아리 지원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활동 공간이나 비용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모임을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핵심은 ‘리더 중심 매칭 시스템’이다.
명확한 활동 목표나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이 동아리 리더로 지원하면, 청년 공간 측에서 행정 지원과 홍보를 통해 함께 활동할 회원을 직접 모집하고 연결한다.
이러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기획력은 있지만, 인원 모집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던 청년들이 청년톡톡을 통해 쉽게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췄다.
리더는 모임의 방향성과 콘텐츠에 집중하고, 공간은 구성원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면서 역할이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실제로 이는 청년들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얻으며, 고립감을 완화하고 지역 내 자발적 커뮤니티 형성을 촉진하는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청년 1인 가구 지원·네트워킹 데이 등 ‘더불어 사는 안성’ 앞장
청년톡톡은 교육과 모임 지원을 넘어 젊은 세대들의 일상생활 편의와 정서적 교류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사업도 병행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독립적인 생활을 꾸려나가는 1인 가구 청년들을 위해 ‘생활 공구 무료 대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전동드릴, 망치 등 사용 빈도는 낮지만 필요할 때 부담이 되는 공구를 무상으로 대여해 주며, 1인 가구 청년들의 생활 불편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청년들 간의 소통을 위해 의미 있는 교류 행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열린 ‘네트워킹 데이’는 공간 이용자와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활동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성장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분야와 관심사가 다른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새로운 관계망이 형성됐고, 지역 안에서의 소속감이 강화되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는 일회성 행사를 넘어, 청년 간의 지속적인 교류가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청년 서포터즈단·청년 튜터’의 긍정적 시너지 주목
청년톡톡은 청년들의 자율적인 도전과 희망을 뒷받침하며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청년톡톡은 청년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운영 생태계’를 구축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청년 서포터즈단’은 공간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과장된 홍보 대신 실제 이용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또래의 시선에서 전달되는 솔직한 후기는 청년층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공간에 대한 자연스러운 홍보로 이어져, 신규 이용자의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년이 주체가 돼 서로의 성장을 돕는 ‘청년 튜터’ 제도 역시 눈에 띈다.
이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삶의 경험과 실전 노하우를 또래 청년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전문 역량을 갖춘 청년튜터 7명을 선발해 생동감 넘치는 배움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청년이 정책의 수혜자에 머무르지 않고, 홍보 주체이자 멘토로 참여하는 구조는 참여와 성장, 그리고 확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청년톡톡’, 청년정책의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다
청년서포터즈단과 청년튜터 등은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미래세대 성장과 배움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청년톡톡의 누적 이용객 3만 명이라는 성과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비움’의 가치를 반영한 공간 설계, 1,600여 명의 설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커리큘럼, 리더 중심 커뮤니티 인큐베이팅, 생활 밀착형 지원과 네트워킹, 그리고 청년 서포터즈를 통한 신뢰 기반 확산까지. 각각의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다.
무엇을 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공간. 청년톡톡은 청년들의 자율적인 도전과 희망을 뒷받침하며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안성시 관계자는 “청년톡톡은 청년이 주도적으로 성장하고 지역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도 청년들의 실제 수요를 반영한 프로그램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청년이 머물고 싶고, 활기가 넘쳐나는 도시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취재·정리 최용진 기자/ 황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