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거대한 지진의 쓰나미로 인간들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기술문명의 오만을 산산이 무너트렸다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참사 15주년을 맞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15년 되는 지난 11일 <339개 단체와 3339명 개인으로 구성된 신규 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은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탈핵선언대회를 열고 정부의 신규 원전 확대 정책 강행 중단을 요구했다.
이날 본행사의 사전 행사 격으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광화문 시국미사>가 가톨릭기후행동 고문 강우일(전 제주교구장) 주례, 천주교창조보존연대 상임대표 양기석 신부(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서울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부위원장 임현호 신부 등이 공동집전 열렸고, 안성에서도 가톨릭농민회 안성시협의회 김진우 회장, 이재성 수원교구 연합회장과 농민 회원들이 참석했다.
공동집전한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천주교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이자 가톨릭농민회 지도신부이기도 하다.
강우일 전 주교는 강론에서 “율법학자가 ‘내 이웃이 누구냐’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인 비유를 들려주시며 길가다 강도를 만난 사람을 보고 레위인과 사제는 못 본 척 지나갔지만, 사마리아인은 상처를 싸매고 살려냈다고 말씀하셨다(루카 10, 25-37 참조)”며 “오늘날 초주검이 돼서 쓰러진 이웃은 다름 아닌 공동의 집 지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의 무절제한 폭력과 욕망의 상징이 핵발전소”라면서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는 인공지능(AI) 산업을 위해 탈원전을 포기하는 것은 에너지를 무한대로 쓰려는 탐욕”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강 주교는 최근 레오 14세 교황의 AI 관련 우려를 인용해 “우리가 기계의 종이 돼 인격을 상실할 위험이 다분하다”면서 “한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치 지도자들은 당장의 재화보다 인간 인격의 가치를 우선해 식별하는 지혜를 깨달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전 주교회의장 강우일 주교는 “핵발전의 문제는 이해득실에 따른 정책적 타협이나 강요된 희생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한 국민 모두의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절제와 희생을 포함한 각자의 결단을 통해서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라고 당일 시국미사 전단지를 통해 밝혔다.
미사에 이어진 탈핵 선언에서는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 해임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중단 ▲핵발전 확대 정책에 대한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적 토론 보장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중단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등이 정부에 요구됐다.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해 필요한 대규모 전력 공급과 관련된 신규 원전 핵발전소 건설 등과 이를 위한 송전선로 문제가 사회적 갈등을 재차 부각하고 있고, 안성에서도 안성농민회(회장 이관호)를 중심으로 청와대 앞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날 참여한 가톨릭농민회 농민들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최전선인 농업 현장의 바뀐 농업 환경을 몸소 겪고 걱정하며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고 있었다.
서울로 가는 차 안에서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은 “기름값이 너무 올랐다”,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뛰어 넘었다”, “전쟁은 없어야 한다. 지(트럼프) 욕심만 채우려고 그러면 안 된다” 등 전쟁의 폐해, 전쟁 없는 세상에 대해 한참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 젖 짜고, 벌려 놓은 농사일이 있어 미사만 참석하고 내려오는 차 안에서 “양파를 은제 심어야 하는 겨”, “봄에 수확하려 하면 비가 자꾸 와서 … 좀 더 일찍 심으까바”, “너무 일찍 심으면 안 되유. 이전처럼 10월 중순경 심으면 안 돼유~”, “기후가 변해서 11월 초순에 심어야 해유~”, “월동작물인데 너무 웃자라면 봄 수확 때 망해유~”, “비 올 때 캐서 힘들고, 저장에두 문제가 있구”, “월동작물이라 기후가 변해서 이전처럼 심어두 안데구, 너무 일찍 심어두 안 돼유”, “그래도 기후변화로 안성 양파가 아래 지방 주산지 양파보다 저장성 강하지만 수확기 조절이 힘들어 큰 일 났어유”, “운제 양파 교육 한 번 했으면 조컷어유. 바낀 기후에 맞는 농사법으루 해서~”라며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 최전선 농민들이 이미 바뀐 농업 환경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왜 그 위험한 핵발전소를 또 만들려구 하는지” 그리고 “안성이 무슨 송전탑 동네도 아니구, 여기저기 산꼭대기에 송전탑에 전기선(송전선로) 거미줄이며, 안성사람들이 뭔 바보천치도 아니고 남의 동네 때매 왜 그래야 하는 모르것네유”라고 혀를 끌끌 찼다.
안성 농민들은 그렇게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이 만들어 낸 과도한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와 또한 인간의 욕망과 오만으로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확인된 재앙을 품은 핵발전소에 우려를 보내고 있었다.
아래는 탈핵선언대회 선언문 전문이다.
후쿠시마 핵사고 15년 탈핵선언문
“기억하라 후쿠시마, 그만짓자 핵발전소”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 지 15년이 지났다.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사고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핵기술이 한 순간에 얼마나 거대한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핵발전의 위험은 이미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왔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핵사고는 핵발전이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세대 최대 핵발전소 밀집국가인 대한민국이 다음 핵사고 국가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감히 누가 할 수 있는가.
핵사고는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공동체와 생태계를 무너뜨리며, 후발 세대의 삶까지 위협하는 장기적 재난이다. 끝나지 않은 재난, 후쿠시마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 경고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핵발전의 구조적 위험성과 비민주성을 외면한 채, 여전히 내란범 윤석열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33번째, 34번째 대형 핵발전소와 소형모듈원전(SMR)까지 추진하겠다는 결정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거스르는 결정이다.
핵발전 확대는 기후위기의 해법이 될 수 없다. 핵발전은 구조적으로 경직된 전원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양립하기 어렵다. 핵발전이 탄력적으로 운전될 수 있다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가정일 뿐이며, 실제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시스템 구축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핵발전 확대 정책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한 에너지 구조를 더욱 강화한다. 전력 수요는 AI 산업,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신규 핵발전소는 다시 비수도권 지역에 추진되고 있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송전선로 건설을 동반한다.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 문제는 이미 송전망 포화와 재생에너지 접속 제한을 초래하고 있다. 밀양에서 확인했듯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은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를 파괴하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전국 곳곳에서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송전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핵폐기물 문제 역시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핵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에서 핵폐기물은 이미 포화상태로 저장중이며, 신규 핵발전소가 추가될 경우 처리해야 할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수만 년 동안 관리해야 하는 이 위험한 폐기물을 어디에, 어떻게, 누구의 책임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없다.
또한 현재 핵발전소가 중대사고 없이 가동되고 있다는 이유로 그 피해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국내 핵발전소 주변 지역에서는 이미 온배수 문제와 방사능 누출로 인한 건강 피해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특히 갑상선암으로 고통받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이주 대책과 피해 보상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여전히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정상 가동이라는 이름 아래 사고와 다름없는 수십년을 살아온 지역 주민들의 현실을 외면한 채, 노후 핵발전소를 수명연장하고 신규 핵발전전소 추가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다. 한편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이재명 정부는 시민의 생명과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응과 규제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핵발전의 위험은 사고가 난 직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온 국민의 삶과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핵발전 확대 정책은 결국 위험과 책임을 국민과 다음 세대, 비수도권 지역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에너지 정책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중대한 에너지 정책이 시민의 충분한 정보 접근과 숙의, 동의 과정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형식적인 여론조사와 토론회를 ‘공론화’라고 포장하는 방식은 민주적인 에너지 정책 결정과는 거리가 멀며, 소멸되어 가는 지역에 핵발전소를 밀어붙이는 것은 그 자체로 폭력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위험을 확대하는 정책이 아니라 안전을 최우선에 둔 에너지 전환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수요 관리, 지역 분산형 전원 체계를 중심으로 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 사회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핵발전을 확대하는 길을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계로 전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시기다. 후쿠시마 핵사고 15년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한번 탈핵을 촉구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민주주의를 통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탈핵 사회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정부가 후쿠시마의 교훈을 기억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해임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중단하라.
핵발전 확대 정책의 주요 쟁점에 대해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적 토론 보장하라.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즉각 중단하라.
재생에너지 중심 정의로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라.
후쿠시마 핵사고 15년, 민주주의를 외친 이 광장에 다시 모인 우리는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핵발전의 시대를 끝내고 탈핵 사회로 나아갈 것을 선언한다. 우리는 위험을 지역과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핵발전 체제를 거부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민주주의를 통해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전환할 것이다. 후쿠시마의 교훈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연대는 멈추지 않을 것이며, 핵발전 없는 사회를 향한 우리의 행동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억하라 후쿠시마, 그만짓자 핵발전소.
2026년 3월 11일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
탈핵선언 참여 339개 단체 및 3,339명 개인 일동
최용진 기자 news6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