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에 울려퍼진 ‘고향의 봄'
<사설>시청 앞에 ‘고향의 봄’ 노래가 울려 퍼졌다. 집회에서 노래를 하면 보통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생각하는데 지난 19일 시청 앞에 모인 사람들 입에서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연신 흘러나왔다.
이날 집회를 가진 주민들은 바로 120만5천평의 신도시 개발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이었다. 앞으로 안성에 신도시가 개발되면 집과 땅이 수용되어 갈 곳이 없어질지도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인 ‘고향의 봄’을 부른 것이다.
신도시 개발이 그동안 발전이 되지 않는다고 한탄하던 일부 시민들에게 ‘장밋빛 희망’으로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개발지역 주민들은 집과 땅이 수용당해 고향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신도시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수대째 살아오던 집과 땅이 한국토지공사에 의해 강제로 수용되고 나면 고향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야말로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집과 땅에 대해 보상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보상비로는 인근의 땅을 사서 지금과 같이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 또한 현실이다.
따라서 새로운 집과 땅을 찾아 헤매야하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입에서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슬프게 흘러나온 것이다. 인근 평택의 경우만 보더라도 집과 땅이 수용되면서 받은 보상비로 평택의 땅은 커녕 평택과 가까운 안성의 땅도 사지 못하고 서산 간척지와 강원도 지역의 땅을 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성의 경우에는 더욱 심할 것이다. 수대째 안성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이번 신도시 개발로 인해 집과 땅이 강제수용을 당하고 보상비를 받으면 그 보상비로 어디로 가야 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것이 있다면 개발지구내 주민들은 지금과 같이 농사를 지으면서 편안하게 살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안성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 지금 안성은 하루가 다르게 땅값이 오르고 있다. 또 개발지구내 주민들이 집과 땅에 대한 보상을 받는 시기가 되면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안성의 땅값은 더욱 치솟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지구내 주민들은 안성에서는 땅을 구입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서산 간척지나 강원도 아니면 전라도나 경상도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 닥쳐올 것이다.
대체로 신도시 개발이나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 지역에 살던 주민들이 다시 정착하는 확률은 높아야 30%이고, 서울의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안성에 신도시가 개발되면 이 지역의 주민들 역시도 이곳에 정착하기는 힘들 것이고 다른 지역을 알아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안성은 땅값이 치솟고 있어 현시세의 절반 정도 수준의 보상비로는 안성에서 정착할 수 있는 확률도 희박하다.
그동안 우리와 함께 학교를 다니고 같은 모임에서 활동했던 동료들이 안성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도기동, 옥산동, 아양동에는 남의 땅의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많아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생업을 잃는 사람들도 다수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집회를 지켜본 일부 시민들은 보상비를 많이 받기 위해 집회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이 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직접 당해보지 않고는 우리의 심정을 모를 것이다고 강변하고 있다.
수대째 살아온 고향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같이 학교를 다니고 모임에서 같이 활동했던 사회생활의 기반을 송두리째 포기한 채 쫓겨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지역의 주민들은 대부분이 노인이다. 이들이 그동안 살아온 고향을 떠나 어디로 가서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할 뿐이다.
이날 시청 앞에서 울려 퍼진 ‘고향의 봄’은 신도시 개발로 장밋빛 환상에 젖어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신도시 개발로 희생을 당해야만 하는 애환이 담겨있는 노래였다. 중요한 것은 신도시 개발을 반대하며 집회를 하고 있는 주민들은 바로 우리의 이웃이다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안성 사람으로서 이들의 절박한 입장을 이해하고 안성에서 다같이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