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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깊은 사랑 편지로 키워요

이주 며느리 편지쓰기 최우수상 수상자 도티투풍(베트남)씨

기사입력 2009-08-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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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인류의 문명에서 언어란 종족의 유지에 있어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자신의 내면적 의사 전달은 절대적으로 언어를 통해 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언어의 단절로 인해 서로의 마음을 전달치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한 장의 편지를 통해 언어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베트남 이주 며느리 도티투풍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사랑하는 우리 남편

 

▲ 맨처음 도티투풍씨가 남편에게 직접 적은 편지. 수십번의 고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나 단신한태 편지 한 장 보내하고 십었어오. 우리 매일 옆에 있어요. 하지만 이야기 많이 못했어요. 그레서 나 펜지 서 했어요”


보기에도 어려운 단어들이다. 분명한건 한글이기는 한데 영 어색한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어느 초등학생의 글 같은 이 한 문장. 하지만 한 부부에게는 사랑을 더욱 굳건하게 만든 명문이 되어 가슴을 적신다.

 

▲ 남편과 함께 다시 적은 편지.


이 글의 주인공은 지난 제 14회 여성주간을 기념해 실시한 안성지역 이주며느리 편지쓰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도티투풍씨가 남편에게 보낸 편지의 첫 부분이다. 


한류에 빠져 한국 남편과 결혼


고향인 베트남의 한류 바람으로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았다는 도티투풍씨.


드라마에 그려진 한국 문화가 좋아 한국 남성과 결혼하겠다는 목표가 실현된 지도 벌써 1년하고도 5달.


그동안 한명의 딸이 자신을 졸졸 따라 다니며 응응 울기도 하하 웃기도 하는 한국의 주부가 되었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 대해서 좋은 감정이 많이 생겼어요. 참 좋았어요. 남편과 결혼하기 전부터 한국에 대해서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결혼을 해 안성으로 오게 되어 정말 행복했어요. 결혼식 때는 그 행복함을 못 이겨 사실 많이 울었어요”

 

▲ 여성주간기념식에서 편지를 읽고 있는 도티투풍씨.


24세의 나이. 두 명의 남동생과 부모를 두고 있는 도티투풍씨.


그 행복함도 잠시. 결혼 후 시부모님과 함께하는 한국 생활은 쉽지 않았단다.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전해야 할지도 누구에게 말을 해야 할 지도 몰라 안타까워 했다는 도티투풍씨.


“시부모님들이 참 잘해 주셔요. 근데 답답해요. 왜냐면 대화가 안통해서에요. 드라마를 보면서 대화를 하고 싶고 생활하는 것에서도 대화를 하고 싶고,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어요. 남편은 늦게 퇴근을 해서 대화할 시간이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늘 외롭고 힘들었어요”


그런 힘듦을 극복하기 위해 안성시 다문화 가정 지원센터를 찾아 한글을 차근차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한글을 말하는 것도 쓰는 것도 조금씩 익숙해 지자 드디어 그 답답함과 외로움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 한 것이다.


“한국으로 시집을 오기 전에 3달 정도 한국에 대해서 공부를 했어요. 한국말도 공부하고 한국어도 적어보고 했어요.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나서는 그 힘듦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낮 시간이면 함께 일상을 보내는 시부모님들과 대화가 여전히 어눌하긴 하지만 그래도 웃을 때는 같이 웃을 수 있고 궁금한 것은 물어 볼 수 있으니, 새 세상을 얻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도티투풍씨는 남편과의 본격적인 사랑의 대화를 시도한다.


나도 ‘답답’ 남편도 ‘답답’

 

남편 정충근씨와 딸(지혜)과 함께 찍은 사진.


한국어 시간을 이용해 그동안 직장생활에 바쁜 남편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 서운한 마음과 행복한 마음, 앞으로 사랑을 더 해달라는 애교의 말까지 하얀 종이에 빽빽하게 적혀지는 글자를 보며 도티투풍씨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꼈단다.


“절 정말 사랑해주는 남편이에요.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면 저보다 더 아픈 표정으로 병원을 가요. 하지만 퇴근하면 피곤해 대화를 많이 안 해요. 그래서 남편을 위해서 편지를 적었어요. 길게 적고 또 고치고 몇 번을 고친 뒤에 간신히 남편에게 보여줬어요. 남편이 편지를 보자 말자 한참을 웃었어요. 왜 웃었는지 알아요”


그 일이 있은 후 남편 정충근씨는 아내 도티투풍씨를 이해하는데 더 없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단다. 언어가 달라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그 시간이 서로 미안 한 듯 정충근씨도 도티투풍씨도 이런 저런 말들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단다.


“남편에게 편지를 적은 이유는 단 한 가지 였어요. 저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근데 그 마음을 잘 이해 한 것 같아요. 전과는 달리 퇴근을 하고 돌아와 많은 대화를 하며 속에 있는 이야기를 말해주고 또 들어 주고 너무 고마웠어요. 그래서 저는 생각했어요. 제가 적은 편지가 정말 좋았구나 하고요”


편지 한장에 마음을 담아 보내며


고향을 떠난 지 1년 5개월이 지난 요즘 고향에 있는 동생들과 부모님들이 보고 싶다는 도티투풍씨. 평소 동생들과는 인터넷을 통해 자주 대화를 하지만 당장에 보고 싶은 부모님과는 쉽게 대화할 방법이 없어 간혹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통해 안부만을 물어 볼 뿐이다.


“고향에 있는 동생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부모님이 편찮으신 건 아닌지 궁금해요. 자주 찾아 가야 하는데 너무 멀어요. 그래서 자주 찾지 못해요. 한국의 시부모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부모님 생각이 더 많이 나요”


그런 도티투풍씨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 보고 싶은 가족들에게도 마음을 담은 편지를 한 장 보내는 것이다. 남편에게 보낸 편지가 사랑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사랑과 함께 걱정과 안부도 함께 담고 싶단다.


“한국말로 편지를 적는 것 보다는 편할 것 같아요.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한국말을 모르기 때문에 베트남어로 적어도 되잖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한통의 편지도 적지 못했어요. 쉽다고 생각했는데 잘 되지가 않았아요. 그래서 이제 한번 꼭 편지를 적고 싶어요. 편지로 남편에 대한 사랑을 전했다면 이번에는 편지로 가족들에게 사랑과 잘 지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요”


사랑할 수 있는 글을 적고 싶어

 

▲ 딸과 함께


이번 여성주간 글쓰기 대회에서 받은 최우수상은 ‘자신의 생애 최고의 상’이라며 글을 적는 데는 소질이 없지만 그래도 안성 사람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글을 적고 싶단다.


그녀가 남편에게 보낸 편지의 맨 끝줄에는 ‘아내 도단풍’이라 적혀 있다. 자신의 한국 이름이 도단풍이라고 설명한다. 도티투풍과 비슷한 발음의 한국식 이름인 것이다. 시어머님이 지어준 것이란다. 도단풍이란 고유명사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 되지만 그 어느 것보다 안성 사람과 아무런 차별없이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는 의지가 진한 듯하다.


“안성에서 가족들과 함께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어 너무 좋아요.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아직은 한글이 서툴러 편지를 적는데도 며칠이 걸리지만 그래도 전하고 이웃들에게 전하고 싶은 글을 적고 싶어요. 제 이름이 도티투풍인데 어색하고 발음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한국식 이름 도단풍으로 글을 적고 싶어요”


도단풍씨는 남편에게 고소한 눈빛, 따듯한 마음, 달콤한 소리로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말을 한다. 그 마음을 안성의 이웃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래 본다.


임영조 기자 lim5180jo@hanmail.net

자치안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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