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7-28 17:02

  • 오피니언 > 사람과사람들

인생의 단맛과 쓴맛으로 직접 만든 ‘떡’

30년간 직접 만든 떡을 팔고 있는 이필여 할머니

기사입력 2009-07-13 17:15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편집자 주 -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먹는 음식중의 대부분은 밀가루를 이용한 인스턴트식품이 대세인 요즘. 먹고 나서도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법한 그것들을 대신한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싶다면 떡을 한번 권해 볼까 한다. 안성 재래시장에서 30년간 손으로 직접 만든 떡을 팔고 있는 이필여 할머니의 떡과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더위를 느끼기에 충분한 바람이 시장을 휘감아 불고 있다.  


그 바람을 등지고 그늘 한 켠에서 선잠을 자고 있는 이필여 할머니. 올해 칠순의 육체로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잠 치곤 숙면을 취한다.


하루의 일과가 새벽 1시 반부터 시작하다보니 하루 고작 3-4시간의 취침시간에 모자란 잠을 좁은 의자에 웅크려 보충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 고성에서 안성으로

 

▲ 이필여 할머니가 직접 만든 인절미와 송편. 투박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매일 이 떡을 만들기 위해 5시간의 노동이 필요하단다.


정확히 34년 전. 남편과 함께 고향인 강원도 고성을 떠난 이필여 할머니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찾은 안성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지금껏 살아가고 있단다.


땅 한마지기 없는 두 부부가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어릴 적 어깨너머로 배웠던 떡 만드는 일이 전부. 어쨌든 살아야 했기에 부부는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뭐라도 해야 했어요. 당장에 안성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했거든요. 기술이 없는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죠. 치열한 삶에 밀려 안성을 찾은 거죠. 이때부터 어릴 적 배운 떡을 만드는 기술을 이용해 떡 장사를 시작한 것이 벌써 30년이 되었어요”


다양한 언어들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필여 할머니의 삶에는 굴곡이 많았을 것이다.


으레 넉넉한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일들이라며 애써 위안을 해 보지만 숨기듯 보이는 손마디는 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단다.


이제는 안성사람으로서 이웃들과 속내를 훤히 다 보여 주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지만 여전히 조금의 낯선 이방인의 모습이 남아 있는 듯 강원도 사투리가 섞인 말투로 떡을 사러 찾아온 손님들을 대하고 있다.

 

직접 만드는 떡

 

▲ 오랜만에 찾아온 손자 양윤서(3세)군과 이필여 할머니. 손자가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며 여느 할머니의 마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필여 할머니의 하루는 새벽 1시 반이면 시작된다. 늦은 잠을 자는 사람들은 아직도 하루를 정리하지 못한 시간이지만 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빠듯하단다.


인절미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둔 콩고물이며 송편을 만들기 위해 담가둔 쌀을 손질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밝아 온단다.


“직접 떡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거리가 많아요. 보기에는 아주 쉽게 만들어진 떡 같아도 잔손이 많이 가야 해요.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아침 일찍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지 못해요”


30년간 떡을 팔아온 이필여 할머니. 떡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스스로 만든 떡을 자랑해보라는 말에 떡이 싫단다.


요즘 떡을 대신한 빵이며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는데 왜 떡을 찾겠냐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 입에 맞는 빵과 달콤 쌉쌀한 먹을거리에 밀린 떡을 손수 만드는 사람이 한 말 치고는 의외다.


하지만 이내 서운한 마음도 드러낸다. 어느 동화에서처럼 떡 맛에 반한 호랑이만큼은 아니더라도 떡을 많이 먹어달라는 것이다.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것이란다.


“누군가는 이야기해요. 하루하루 떡을 만드는 것이 힘들면 많이 만들어 두고 천천히 팔라고요. 그렇게 하면 몸은 편하겠죠. 하지만 떡이 맛이 없어지죠. 재래시장을 찾으면 신선하고 맛있고 저렴한 먹을거리들이 널려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잖아요. 그나마 떡을 사주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떡을 팔면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조금 더 많아지겠죠”


그러나 이러한 이필여 할머니의 바램과는 달리 예전에는 일요일에도 장사를 해야 할 정도로 손님들이 있었지만 몇 해 전부터는 일요일은 장사를 접는단다.


그나마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생긴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골치 아픈 이야기들이에요. 요즘 재래시장이 어렵다는 말 무슨 소용이 있어요. 차라리 일요일에 하루 쉰다는 것을 위안 삼아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쉰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닌데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야죠. 요즘 세상이 없는 사람은 더 힘들고 있는 사람은 더 즐거운 세상인데. 그런 여유마저 억울하게 생각하면 더 힘들잖아요”


뭔가 달라도 달라요

 

▲ 손님에게 떡을 팔고 있는 이필여 할머니. 손으로 직접 만든 떡에 담긴 여러 의미중 정성과 재래시장의 후한 인심도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이필여 할머니는 손으로 직접 만든 떡을 고집한다. 요즘같이 편리한 세상에는 하나하나 손으로 뭔가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의미 없는 고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도 직접 손으로 떡을 만들 것이란다. 손으로 만들면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이 이필여 할머니의 철학이다.


“세상이 너무 편해졌잖아요. 기계를 조금만 돌리면 금세 먹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떡이 만들어 지는데 제가 만든 떡은 모양세도 예쁘지 않지 않아요. 기계로 만든 것과 손으로 만든 떡의 차이점을 말해라고 하면 사실 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뭐가 달라도 다르겠죠”


주섬주섬 떡을 먹는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어릴 적에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던 그 떡 맛과 비슷하다고.


아마도 이필여 할머니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기계로 보기 좋게 만든 떡에서 느끼지 못하는 옛 추억의 향수를 손으로 직접 만든 투박한 그 떡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게 다른 점이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이는 어느새 칠순

 

▲ 오랜만에 찾아온 손자 양윤서(3세)군과 이필여 할머니. 손자가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며 여느 할머니의 마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볼품없는 자판위에 가지런하게 있는 인절미와 송편. 그 모양세가 그렇게 예쁘지도 않고 다양하지도 않다.


그나마 봄에는 개떡이며 개피떡이 더해져 4종류라도 되지만 여름철에는 날씨가 더워 송편과 인절미만 팔 수 밖에 없단다.


장사를 돕던 남편이 올해 초 중풍으로 인해 함께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 몸도 마음도 더 힘들다는 이필여 할머니는 3명의 자녀들에게 끼니 대신 남은 떡을 주는 것이 미안해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손님을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칠순이 되었단다. 그에게 지금 모습은 해 저무는 저녁 시간이라고 한다.


“파시가 되면 사람들이 모두 집을 향해 가잖아요. 참 많은 고생을 하면서 살아온 제 삶도 그 순간과 비슷한 것 같아요. 무언가 허전하고 고달프고. 하지만 그때가 또 가장 여유롭고 보기 좋아요. 칠순의 나이에 가진 것도 없고 앞으로 더 고생을 해야 한다는 현실이 힘들지만 그래도 옛날보다는 더 마음적인 여유로움을 가지며 살고 싶어요. 30년간 우직하게 손으로 떡을 만들어 온 순간이 그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제 삶의 전부라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에요”


임영조 기자 lim5180jo@hanmail.net

자치안성신문 ()

  • 등록된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