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하루 12시간의 아르바이트에도 힘들법한데 또 낮이면 독거노인을 찾아 말동무가 되어 주고 있는 전정순씨. 불과 하루의 몇 시간만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이지만 그녀는 늘 활기차다. 올해로 4년째 독거노인 돌보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를 만나 자신만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낮에는 독거노인의, 밤에는 외로운 사람들의 말동무로 4년을 보낸 사람이 있다. 카운슬러인가요?
낮이면 노인돌보미로 30여명의 독거노인을 돌보는 일을 하는가 하면 밤이면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노동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하는 사람.
전정순씨다.
14년간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온 삶이 몸에 베여
19년 전 고향인 일죽면에서 안성시내로 시집을 온 전정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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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사활동을 마친 뒤 분식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전정순씨. |
공직에서 일을 하는 남편과 더불어 아옹다옹 부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항상 곁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했다.
당연한 일이라 그분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그녀에게 시부모님과 함께 한 14년은 이후 전정순씨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시부모님과 함께 14년을 살았죠. 부모님을 모신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누군가 물어 본다면 당연한 일에 왜 이유를 묻냐고 제가 물어 보고 싶어요. 근데 그게 이상해요. 부모님과 함께 살 땐 몰랐는데 떠나시고 나니 가슴에 뭔가 남더라고요”
그 후 한동안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단란한 삶을 살았다는 그녀는 다시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 밖으로 나섰단다.
긴 시간을 부모님에 대한 봉양의 삶이 몸에 베인 듯 하단다.
“4년 전부터 안성에서 생활하는 독거 노인분들을 돌보는 봉사일을 시작했어요. 아마도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늘 외로워하는 독거노인분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다 보니 정도 들고 제 마음도 편안해 지더라고요”
이런 아내와 엄마의 상습적 외출에 가족들은 불만을 가질 법 한데 오히려 묵묵히 곁에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하니 전정순씨 말대로 ‘이제는 가족들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할 것’ 같다.
일하는 것 자체가 삶에 힘을 주는 활력소
하루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당연히 힘들 법 하다.
아직은 젊은 나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긴 시간 안성 곳곳에 외롭게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일이 끝마칠 즈음이면 녹초가 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일을 마치면 분식집에서 12시간의 노동을 시작한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가정 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한 일환이었지만 지금은 스스로의 만족과 낮 시간에 하고 있는 봉사활동을 더욱 풍성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 되었단다.
“낮 시간에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1년 뒤부터 야간에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시작했어요. 집안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을 했는데 지금은 보람을 느끼기 위해 계속 일을 해요. 낮에 하는 봉사활동이 정신적으로 제게 보람을 준다면 야간에 하는 아르바이트는 육체는 정말 힘이 들지만 큰 보람을 느껴요”
전정순씨가 말하는 보람이란 밤 늦은 시간에 분식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통해서 느낀단다.
늦은 퇴근시간에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분식집을 찾은 사람들,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늦은 시간 몰래 김밥 한줄 챙겨들고 누구에게 들킬세라 집으로 달음질치는 사람들.
이들과의 공감.
그 공감을 통한 작은 배려. 그것이 그녀로 하여금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분식집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이 들어요. 몸무게가 이 일을 시작한 이후 10kg이 빠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 둘 수없는 것은 항상 사람들을 통해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늘 배운다는 것이에요. 밤 늦은 시간이면 조금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나 누군가에서 작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간간이 만나요. 일하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삶에 힘을 주는 활력소인 것 같아요”
낮 동안의 봉사와 밤 아르바이트는 공생관계
이렇게 한주를 보내고 나면 주말은 황금 같은 시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닐까?
가족과 그동안 밀린 이야기도 나누고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하는. 하지만 그 시간을 쪼개 전정순씨는 한동안 만나지 못한 독거노인을 찾아 나선단다.
그것도 남편과 손을 잡고 함께 나선다.
“낮 시간에 노인분들을 찾아가서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다보니 그분들의 시간에 맞춰야 해요. 때로는 며칠 동안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주말이면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거든요. 그 시간을 이용해 만나지 못한 노인분들을 찾아 나서요. 사실 홀로 지내시는 분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거든요. 먹을거리도 많이 반겨요. 남편이 차량 봉사를 하고 제가 야간에 근무하는 분식집에서 김밥이며 기타 먹을거리를 마련해서 독거노인분들을 찾아 나서죠. 남편도 묵묵히 도움을 주니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하고 주말엔 그렇게 쉬고 있어요”
낮에 일하고 있는 노인 돌보미 봉사도 식비와 교통비가 조금 나오긴 한단다.
하지만 안성 곳곳에 거주하는 30여 독거노인을 찾아다니다 보면 교통비도 되지 않는 금액이란다.
그렇다 보니 주말이면 자신의 사비로 먹을거리며 집안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
“독거 노인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생활 물품이라고들 해요. 모르면 몰라도 알고 모른척 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이용해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챙겨주기도 해요. 낮 동안의 봉사와 야간 아르바이트는 공생관계에 있는 것 같아요. 봉사에 필요한 것들은 야간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으니깐요”
자녀들이 부모를 이해하는 마음 감사해
아침 9시에 시작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봉사활동에 야간 분식집 근무를 하는 어머니 전정순씨.
늘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단다.
하지만 두 명의 아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잘 헤아려 준다고 하니. 마지막 한마디는 결국 자녀의 자랑을 통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한다.
“고등학생인 자녀들이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에 늘 고마운 마음을 가져요. 스스로의 용돈을 벌겠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저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살아갔으면 해요”
임영조 기자 lim5180j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