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학생들은 학교 급식소를 항해 달린다. 매일 먹는 밥이지만 매일 맛이 있다는 급식 마니아 몇 몇이 아니더라도 이미 급식 반찬은 아이들 내부에서는 하루 이야기꺼리 중 주요 메뉴다. 이런 급식을 더욱 안전하고 맛깔스럽게 준비하기 위해 구성된 학교 급식 개선 연구회. 안성의 초·중학교 영양교사 25명으로 이뤄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편집자주 -
안성의 초·중학교 영양(교)사 25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학교 급식 개선 연구회. 97년부터 알음알음 모인 이들은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다양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서로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며 매달 한 번씩 모여 토론을 비롯해 공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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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지역 학생들의 급식안전을 위해 모인 학교급식개선 연구회 회원들의 활동 모습. |
매달 이들이 모여서 나누는 이야기는 주로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영양이 가득 담긴 급식을 장만하는가 이다.
“급식이 처음 시작될 즈음인 97년부터 안성에서 급식을 담당하는 분들이 모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죠. 그렇게 하다 지난 2004년부터는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고 월 1회씩 모여 경험에서 얻은 정보를 나눴어요. 다들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님이자 한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교사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서로가 고민하는 부분은 같더라고요. 아이들 입맛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안전하게 만들어 제공하자는 것이었죠"
엄마의 정성과 영양을 듬뿍 담아서
25명 중 아직 미혼인 몇 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회원들은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 둔 주부들이다 보니 한 끼를 준비하더라도 그 정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특히나 25명이 각각 학교 학생들에게 너나 할 것이 맛있게 먹기 위해 다양한 반찬과 음식을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보니 이들이 모이면 영락없이 엄마들의 자식 사랑과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음식을 통해 사랑을 전하기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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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지역 학생들의 급식안전을 위해 모인 학교급식개선 연구회 회원들의 활동 모습. |
문득 이들의 자녀들은 어찌 생각하면 참으로 복 받았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들의 말을 빌리면 ‘아이외다'란다.
오히려 학교에서 급식을 준비하는 것만큼 집에 있는 자녀들에게는 정성을 쏟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란다.
“아이들이 집에 오면 한 번씩 이야기 해요. 친구들이 부러워한다고요. 근데 집에 가면 자녀들에게 이야기 해요. 각 학교 급식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만든 것인 만큼 그것에 만족을 했으면 하는 정말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미국산 쇠고기, 여전히 우리는 사용 안 해요!!
지난해 이맘. 광우병으로 문제가 되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전국이 떠들썩하던 그즈음.
많은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낼 때 이들이 택한 해결책은 신뢰라고 한다.
학부모들에게 공문을 보내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믿음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땐 학생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미국산 쇠고기가 사용되는 것이 아니냐며 육류로 나오는 음식을 회피 했었어요. 안성의 학교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걱정하시는 마음을 알기에 공문을 보냈죠. 안전한 재료를 사용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요. 주기적으로 학부모님들이 학교를 찾아 검사를 하거든요. 그때 보여준 모습에서 믿음을 가지는 거죠"
이들은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는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아이들이 육류 반찬이 나오면 없어서 못 먹을 만큼 신뢰를 가지고 만든 음식을 통해 신뢰를 전달할 수 있었다며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린다.
이로 인해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친환경 농산물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이지만 현실에서는 당장에 실행에 옮길 수 없는 부분이 많단다.
특히나 안성과 같은 도농 복합 도시의 경우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지역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한다. 가능 하다면 꼭 그렇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안성에는 질이 아주 좋은 농산물이 많이 생산되잖아요. 그런 농산물을 학교 급식에 사용할 수 있다면 정말 좋죠. 지역에서 그와 관련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분명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학교 급식에 이용한다는 것은 필요해요. 그리고 먹는 학생들도 학부모님들도 그리고 우리도 더욱 안전한 음식을 만들고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어릴 적 입맛, 세월 지나 다시 생각날 때 즈음
한창 이야기가 나오니 요즘 아이들이 식습관에 대한 문제 지적도 나온다.
고열량의 인스턴트식품뿐 아니라 채소류 반찬은 시험 치는 것 보다 싫어한다고 하니 과연 아이들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 변덕이 심한 시어머니의 그것보다 더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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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지역 학생들의 급식안전을 위해 모인 학교급식개선 연구회 회원들의 활동 모습. |
집에서 한번이라도 먹지 않은 음식이라면 입에도 대지 않는가 하면 약간의 가공식품에도 ‘믿을만한 음식인가요'라며 민간하게 반응한다니 그들의 며느리 생활이 짐작이 갈법하다.
“어느 날은 카레를 했더니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먹질 않는 거예요. 이유를 물어 보니 집에서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음식이라 안 먹는데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먹지 않는데 정말 힘들었었죠. 그런가 하면 어느 날에는 된장을 해서 주던가. 토속적인 음식을 해서 주면 잘 먹질 않아요. 자신들에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음식이라는 거죠"
이렇듯 이들이 학생들에게 음식을 챙겨 주는 것은 건강상의 문제도 있지만 어릴 적 먹었던 음식들이 나이가 들면 더욱 생각난다는 그 입맛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도 있단다.
“아주 어릴 적에는 맛있게 먹었던 기억의 음식들이 나이가 점점 들수록 생각이 나고 찾아 지는 경험들을 많이 하잖아요. 마찬가지 아닐까요. 지금 이 학생들도 나이가 점점 들면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을 찾겠죠. 하지만 먹어 보지 못한 음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아요. 하루 세끼중 한 끼를 학교에서 먹는데 학교에서 다양한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의무가 아닐까 해요"
부모님들 너무 걱정 마세요. 최선을 다 할게요
점심시간이 끝날 즈음 텅텅 소리가 나는 식판을 들고와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한 웃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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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지역 학생들의 급식안전을 위해 모인 학교급식개선 연구회 회원들의 활동 모습. |
혹여나 누구의 엄마인데 아이가 집에 오자 말자 이름도 모르는 음식을 학교에서 먹었다며 너무 맛있으니 다시 만들어 달라며 엉엉 운다는 전화라도 받을 때면 행복해 진다는 이들.
아침 8시 식재료 검사에서 시작해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도 한참의 시간이 지나 집에 갈 종이 울릴 때 즈음까지 내일 급식을 준비하느라 힘들지만 그들과 함께 아이들의 음식을 만들고 있는 조리원 아줌마들과 내일 다시 음식을 먹으며 웃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기운이 난단다.
“예전보다 분명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관리를 해요. 하지만 자녀들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안전에 또 안전을 생각해야 하죠. 그런 마음을 학부모님께서 알아 주셨으면 해요. 너무 걱정 하시지 마세요. 최선을 다할게요.
임영조 기자 lim5180jo@hanmail.net